윤석열 전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고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국무위원들의 심의권을 침해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는 16일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용서류 손상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누구보다 헌법을 수호하고 법질서를 준수할 의무가 있음에도 대통령의 독단과 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절차적 요건을 경시했다"며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경호처 사병화…적법한 영장 집행 무력화"
재판부는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를 사실상 사병처럼 활용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 과정에서 경호처 공무원들을 이용해 자신에 대한 적법한 영장 집행을 저지하거나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며 "일신의 안위와 사적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에 충성하는 경호처 소속 공무원들을 사실상 사병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차벽 설치, 인간 스크럼 훈련, 총기 배치, 위력 순찰 등을 지시해 공무원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며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무력화한 중대한 범행"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공수처 수사권 "적법"…불법수사 주장 배척
공수처의 수사권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은 대통령이 내란·외환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수사 자체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며 "공수처는 대통령 신분이었던 피고인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수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수처는 해당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관련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수사에 착수했다"며 "두 혐의는 사실관계가 동일하고 직접 연결돼 있어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해온 불법 수사·불법 기소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계엄은 극히 예외적…전원 소집 안 한 건 위헌"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한 행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위헌·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계엄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다른 수단이 없을 때 지극히 예외적으로 허용돼야 한다"며 "헌법이 국무회의 심의를 명시한 것도 대통령 권한 오남용을 막고 독단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전례 없이 일부 국무위원에게만 소집을 통지해 헌법을 정면으로 위배했고, 소집 통지를 받지 못한 7명의 국무위원 심의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한 '메시지 계엄' 주장에 대해서도 "국무위원 전원에게 소집 통지를 하지 못할 만큼 긴급성과 밀행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배척했다.
사후 선포문 작성·폐기 "헌법 경시 태도"
재판부는 계엄 해제 이후 사후적으로 계엄선포문을 작성하고 이를 폐기하도록 한 행위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부서한 문서에 의해 계엄이 이뤄진 것처럼 허위 선포문을 작성하고 이를 폐기하도록 했다"면서 "대통령으로서 헌법 수호와 법질서 준수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경시한 태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다만 '헌정질서 파괴 뜻은 추호도 없었다'는 내용이 담긴 PG(press guidance·언론 대응을 위한 정부 입장)를 외신에 전파하도록 지시한 혐의와 일부 허위공문서 행사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성 없어…엄중한 처벌 필요"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의 범행은 국가적 혼란을 초래할 위험성이 매우 크고, 대통령의 긴급권 행사 오남용을 막기 위한 헌법적 장치를 정면으로 위반한 중대한 범죄"라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초범인 점과 범행 후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선고 공판 내내 굳은 표정으로 법정에 앉아 있었고, "피고인을 징역 5년에 처한다"는 주문이 낭독되자 입술을 살짝 깨문 채 고개를 숙였다. 퇴정 과정에서도 말없이 움직이며 재판부를 향해 목례한 뒤 법정을 떠났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선고 직후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행사와 형사 책임의 경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판결"이라며 "상급심에서 반드시 바로잡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률대리인단은 항소장을 차주 초·중반 제출할 계획이라고 공지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번 사건 외에도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총 7건의 재판을 받고 있으며, 비상계엄 사건 본류인 내란 재판 1심 선고는 다음 달 19일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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