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공식 분리 출범하며 대한민국 경제 거버넌스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예산 기능과 거시·금융·세제 정책 기능을 분리해 각각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향후 정책 조정력과 위기 대응 역량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핵심 과제다.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획처와 재경부가 각각 공식 출범했다. 재경부는 기존 기재부가 사용하던 세종청사 중앙동에서 현판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고, 기획처는 해양수산부가 이전한 세종청사 5동으로 자리를 옮겨 새 출발에 나섰다. 한 공간에서 움직이던 예산·경제 기능이 물리적으로도 분리되며 조직 개편의 상징성을 드러냈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기획처는 국가 재정 운용과 예산 편성·집행·성과관리의 전담 기구로, 재경부는 거시경제·금융·세제·대외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됐다. 2008년 기획재정부 출범 이후 18년 만에 다시 ‘예산’과 ‘경제정책’이 분리된 것이다.
정부는 그간 기재부가 예산·세제·경제정책을 동시에 쥐면서 과도한 권한 집중과 정책 경직성이 발생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이번 개편을 추진했다. 특히 대규모 재정 투입이 상시화된 상황에서 예산 기능을 독립시켜 재정 규율과 통제력을 강화하면서 재경부를 보다 기동성 있게 경기 대응과 산업·금융 정책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과제도 분명하다. 예산권이 기예처로 이관되면서 재경부가 세제·금융·거시 정책만으로 실질적인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구윤철 부총리가 이끄는 재경부가 경기 대응과 성장 전략을 설계하더라도 예산이라는 핵심 정책 권한을 직접 쥐지 못한 상황에서 정책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두 부처 간 정책 조정 메커니즘 역시 시험대에 올랐다. 재정은 경기 대응의 핵심 수단인 만큼, 예산 편성과 거시경제 정책이 엇박자를 낼 경우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과거 재경부와 기획처가 분리돼 있던 시절에도 조율 부족과 책임 공방이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기획처는 고령화와 복지 지출 증가, 경기 둔화 대응을 위한 확장 재정 요구가 동시에 커지는 상황에서 ‘곳간 지기’로서 재정 건전성을 지켜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중기 재정계획의 실효성을 높이고 부처별 재정 요구를 얼마나 일관되게 통제할 수 있을지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 역시 글로벌 금리 기조 변화, 미·중 기술 패권 경쟁, 공급망 재편 등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물가 안정과 성장 회복이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출범했다. 세제 개편, 금융시장 안정, 대외경제 협상 등 복합 과제를 예산 권한 없이 조율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책 설계와 협업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다만 이번 개편이 형식적 분리에 그칠 경우 정책 혼선과 책임 공백을 키울 수 있지만, 역할 분담과 상시 협의 체계가 정착된다면 재정 규율과 경제 대응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정부도 두 부처 간 정례 협의체 운영과 공동 대응 체계 구축 등을 통해 정책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윤철 부총리는 이날 재경부 출범식에서 "지금 우리 앞에는 ‘잠재성장률 반등, 경제 대도약의 원년’이라는 쉽진 않지만,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있다"며 "무엇보다 정책 성과로 재조명되는 재정경제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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