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K-푸드 수출 210억 달러, 선언을 전략으로 완성할 시간이다

  •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K-푸드 스페셜 페스타에 거는 기대

농림축산식품부가 K-푸드를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전략산업’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공식화했다. 2030년 수출 210억 달러라는 목표와 함께 민·관 합동 수출기획단 출범, 관계부처 가용자원 총동원까지 제시된 방향은 분명하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이 목표가 구호가 아니라 산업 구조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가다.
 

이번 비전의 출발점은 과거와 다르다. 단순한 수출 확대가 아니라 K-푸드를 문화·기술·브랜드가 결합된 산업으로 재정의했고, 규제·인증·물류·콘텐츠를 함께 다루겠다는 점에서 현실 인식도 진전됐다. 문제는 이 설계가 현장에서 실제 비용을 줄이고,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하느냐다.
 

식품 산업의 본질은 반복 구매와 신뢰다. 콘텐츠 노출이나 일시적 유행만으로는 시장에 정착할 수 없다. 품질 관리, 가격 경쟁력, 안정적 공급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출 확대는 일회성에 그친다. K-푸드를 산업으로 키운다는 선언은 결국 이 기본 조건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갖추느냐의 문제다.
 

이 전략의 실행력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연말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K-푸드 스페셜 페스타(12월29일-31일)다. 해외 인플루언서 3000여 명을 초청해 전시·체험·콘텐츠 확산을 동시에 시도하는 방식은 기존 박람회와 다르다. 해외 소비자 반응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즉시 콘텐츠로 연결하겠다는 구상 자체는 실험적 가치가 있다.
 

다만 평가 기준은 분명해야 한다. 행사의 성패는 방문자 수나 화제성이 아니라, 이후 실제 계약으로 이어졌는지, 수출 절차의 비용과 시간이 줄었는지, 중소기업의 해외 진입이 쉬워졌는지로 판단돼야 한다. 이벤트가 구조를 대신할 수는 없다.
 

민·관 합동 수출기획단 역시 마찬가지다. 수출 현장의 가장 큰 부담은 관세와 비관세 장벽, 현지 인증, 물류비, 유통 채널 확보라는 구조적 비용이다. 이를 한 테이블에서 조정하겠다는 발상은 타당하다. 그러나 조정 권한과 책임 주체가 분명하지 않다면 또 하나의 협의체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행력을 좌우하는 것은 회의 횟수가 아니라 결정 구조다.
 

품목 확장은 K-푸드 전략의 또 다른 시험대다. 라면과 건강기능식품을 넘어 유가공, 제과, 장류, 농산물, 종자까지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은 산업 저변이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특정 품목과 대기업 중심 구조가 고착될 경우, 외부 충격에 취약해질 위험도 커진다. 수출 총액만 늘어나는 구조는 산업의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외부 변수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상호관세, 지정학적 리스크, 환율 변동은 콘텐츠 전략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시장 다변화가 실제 정책과 예산으로 뒷받침되고 있는지, 특정 국가·채널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설계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위험 분산 없는 확장은 언제든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해외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일본의 ‘쿨 재팬’은 문화 확산에는 성공했지만,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화의 확산과 산업의 성장은 자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고전의 표현은 단순하다. 『관자』의 “창고가 차야 예의를 안다(倉廩實而知禮節)”는 말은 기반이 먼저라는 뜻이다. K-푸드 역시 콘텐츠 이전에 품질, 공급, 제도 환경이라는 기반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
 

기본과 상식은 명확하다. 목표를 세웠다면,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구조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K-푸드 수출 210억 달러는 홍보용 숫자가 아니라 정책 역량을 검증하는 기준이다. 연말 페스타와 수출기획단의 실제 성과가 그 첫 평가가 될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추가 선언이 아니라, 실행으로 증명하는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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