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국민은 싸우는 보수가 아니라 책임지는 보수를 바란다

정당의 위기는 외부의 공격보다 내부의 혼란에서 시작된다. 국민의힘에서 이어지고 있는 계파 갈등과 징계 권고 논란은, 사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국민에게도 불안한 신호를 주고 있다.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징계나 거친 언사가 아니라, 정당으로서의 기본과 원칙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을 둘러싼 당무감사위원회의 징계 권고를 놓고 당 지도부와 당사자, 계파 간 공개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발언의 적절성, 징계의 공정성, 절차의 정당성을 둘러싼 문제 제기는 있을 수 있다. 민주정당이라면 내부 비판과 이견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문제는 그 과정과 방식이다.

정당은 토론을 통해 노선을 정립하고, 절차를 통해 갈등을 조정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최근의 모습은 정책과 비전 경쟁보다는 말의 수위와 충돌의 강도만 키우는 양상에 가깝다. 내부를 향한 공격이 반복되는 순간, 정당은 설득의 공간이 아니라 배제의 공간으로 기울 수 있다.

보수 정당이 지켜야 할 핵심 가치는 분명하다. 법치, 절차, 책임, 그리고 품격이다. 징계가 필요하다면 그 기준과 이유는 명확해야 하고,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은 징계는 갈등을 해소하기보다 오히려 증폭시킬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의 시선이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비상계엄 논란과 탄핵 정국 등 지난 정치적 혼란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계파 갈등과 징계 논란이 반복된다면, 당이 반성하고 쇄신하고 있다는 메시지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지금은 내부를 향해 칼을 겨눌 때가 아니라, 정당의 정체성과 방향을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할 때다. 건전한 보수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내부 싸움이 아니라 환골탈태의 의지가 먼저 보여야 한다. 책임 있는 보수의 모습은 말이 아니라 태도에서 드러난다.

공자는 『논어』에서 “소인 동이불화(小人同而不和)”라고 했다. 겉으로는 하나가 된 듯 보이지만 진정한 화합에는 이르지 못한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이 이런 평가를 피하려면 선택은 분명하다. 지금의 혼란을 소모적 내홍으로 남길 것인지, 아니면 책임지는 보수로 다시 서는 계기로 삼을 것인지. 그 답은 오로지 국민의힘 스스로의 결단에 달려 있다.
 
사진아주경제 DB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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