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2026시즌부터 아시아쿼터제를 본격 도입하면서 일본인 투수 쏠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내년부터 각 구단이 아시아쿼터 선수 1명을 보유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대상은 아시아야구연맹 소속 국가 선수와 호주 국적 선수로, 신규 영입 상한액은 20만달러로 책정됐다. 재계약 시에는 매년 10만달러씩 인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KBO 구단들은 기존 외국인 선수 3명에 아시아쿼터 1명을 더해 사실상 '외국인 선수 4명 체제'를 운영하게 됐다.
아시아쿼터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 대비 효율성이다. 최대 100만달러에 이르는 기존 외국인 선수와 달리, 비교적 낮은 금액으로 즉시 전력감을 확보할 수 있다. 특급 자원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제한된 예산 안에서 전력 보강을 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KIA 타이거즈를 제외한 9개 구단이 이미 아시아쿼터 선수를 확정했으며, 모두 투수 자원이다. 이 가운데 7명이 일본 국적 선수로, 일본프로야구 1군에서 전력 외로 분류됐거나 2군·독립리그에서 활약하던 이들이다. 한화가 영입한 대만 출신 좌완 왕옌청 역시 일본 주 활동 무대로 삼아왔고, LG 트윈스가 계약한 호주 출신 라클란 웰스를 제외하면 대다수가 일본 출신 투수들이다.
가장 주목받는 사례는 SSG 랜더스와 계약한 다케다 쇼타다. 최근 몇 시즌 동안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일본프로야구 통산 66승을 거둔 베테랑으로 재기를 위해 몸값을 낮추고 KBO행을 선택했다.
구단들은 만성적인 투수난 속에서 아시아쿼터 투수 영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국내 투수들의 입지가 위축되고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실제로 이번 FA 시장에서는 조상우, 김범수, 홍건희 등 주요 불펜 자원에 대한 구단들의 관심이 예년보다 한층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구계 안팎에서는 일본 투수들의 대거 유입을 둘러싼 엇갈린 시각이 공존한다. 일부 야구인들은 외국인 투수들이 선발진을 장악할 경우 토종 투수들의 성장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야구인 양준혁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외국인 투수 3명이 1~3선발을 차지하면 국내 투수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국내 야구가 죽어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만성적인 투수 부족과 일부 선수들의 과도한 몸값 상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외부 수혈이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아시아쿼터 도입이 국내 투수들의 경쟁력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KBO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자리 잡은 선수들의 연봉이 대체로 5억원 이상에 이르는 상황에서, 연봉 20만달러 이하의 아시아쿼터 투수들에게 밀릴 경우 그 자체로 뼈아픈 현실을 드러내는 셈이라는 것이다.
일본인 투수 중심의 아시아쿼터가 리그 경쟁 구도를 흔드는 변수가 될지, 아니면 안주하고 있는 구조에 긴장과 자극을 불어넣는 촉매가 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2026시즌을 앞둔 KBO리그가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