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안전의 민낯] 다단계 하도급·노후화·관리 부실…안전은 운에 맡긴채 가동

  • 2023년부터 올해까지 발전사서 10명 사망

  • 끼임·추락·매몰 등 빈번…중처법 신설에도 여전

  • 정부 대책에도 실효성 의문…"현장 변수 커" 푸념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하다 숨진 재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충현씨의 영결식이 지난 6월 18일 오전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 앞에서 엄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하다 숨진 재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충현씨 영결식이 지난 6월 18일 오전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 앞에서 엄수됐다. [사진=연합뉴스]
발전소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곪아있던 문제들이 터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층적인 하도급 구조와 설비 노후, 관리 사각지대 등 문제가 쌓였지만 이를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발전 현장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시초가 됐지만 아직도 '죽음의 일터'라는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다.

1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공개된 5개 발전사(동서·서부·중부·남동·남부발전) 안전경영책임보고서에 따르면 5개 발전사 작업 현장에서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산업재해 사고가 총 2건 발생해 2명이 숨졌다. 두 사고 모두 하역기에서 낙탄 청소작업을 하던 중 근로자가 추락해 발생했다.

발전소 현장 사망사고는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6월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한전 KPS 종합정비동에서 선반 작업을 하던 김충현씨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8년 석탄 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김용균씨 사고 이후 7년 만에 같은 발전소에서 끼임 사망 사고가 빚어진 것이다. 지난 9일에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2명이 화상을 입는 사고도 발생했다.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대규모 참사도 발전 설비 해체 과정에서 빚어졌다. 지난달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에서는 해체 중이던 보일러 타워가 붕괴해 9명이 매몰됐다. 매몰 직후 2명은 구조됐지만 7명은 결국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2018년 김용균씨 사망사고 이후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지만 발전소에서 아직도 크고 작은 사고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시 정부와 여당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형사처벌을 부과할 수 있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을 신설했다. 

2022년 1월 상시 근로자 50인·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해 1월부터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됐다. 법은 제정됐지만 현장에서는 비슷한 사망사고가 여전하다.

업계 안팎에서는 쌓일 대로 쌓인 문제가 터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충현씨 사망사고 이후 노동 당국이 태안발전본부와 한전KPS 등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위법사항이 1084건이나 무더기로 적발됐다. 2018년 김용균씨 사망 사고 당시 적발된 위법사항(1029건)보다 더 많은 위법 사항이 드러난 것이다.

위법 사항도 다양했다. 불법파견뿐만 아니라 방호 덮개 등이 설치되지 않은 설비가 다수 적발됐고 안전난간이 설치되지 않은 곳도 다수였다. 폭발 위험 장소에서 비방폭 전기설비 사용 등 안전과 직결된 사항을 위반하는 사례도 여전했다. 

여기에 설비 노후화와 관리 부실 등 중첩된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에서도 중대재해 감축 등을 위해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마련했지만 공공기관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발전사 특성상 실효성이 의문이 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에서는 위험성이 높은 작업 특성상 일정 부분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푸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 발생 시 기관장이 해임될 수 있고 경영 평가에도 반영되는 만큼 발전사 CEO 대부분의 최우선 목표는 '현장 안전'이 됐다"며 "다만 현장에서 변수가 발생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인 만큼 안전관리자 대부분은 기도하는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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