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울산화력발전소에서 보일러 타워 5호기가 붕괴되면서 당시 현장에 있던 작업자 9명 중 7명이 매몰돼 숨졌고 2명은 매몰 직전 자력으로 탈출했으나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작업자들은 보일러 타워 25m 높이 지점에서 사전 취약화와 방호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작업에 앞서 하부 철골이 이미 모두 철거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나 안전 계획과 다른 작업 순서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발주처와 원·하청 관리자 등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붕괴 사고는 발파 시 보일러 타워가 목표한 방향으로 쉽게 무너지도록 기둥과 철골 구조물 등을 미리 절단하는 '사전 취약화 작업' 과정에서 발생했다. 해당 작업은 해체 작업 중에서도 특히 안전 관리가 요구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졸속으로 진행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났다.
이미 구조적 안정성이 크게 저하된 상태에서 인력이 상부에 올라가 작업을 진행하면서 붕괴 위험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다. 발파 비용을 줄이기 위해 취약화 작업을 과도하게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처럼 비용과 공정 압박이 안전을 밀어내며 실제 위험 작업은 하청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설비 점검, 연료 설비 관리, 청소·정비 등 핵심 업무 상당 부분이 외주화된 가운데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작업자 숙련도 관리와 안전 책임 소재는 불분명해지기 마련이다.
비용 절감 압박 역시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인건비, 안전관리 등에 들어가는 실제 비용 '100' 필요하다면 하청업체들은 최저가 입찰을 따내기 위해 '80'대 후반 수준까지 비용을 낮추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로 인해 교육·장비·안전관리에 대한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통계도 이러한 현실을 뒷받침한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발전 5개사(동서·서부·중부·남동·남부발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5년 8월) 발전 5개사에서 발생한 산재 242건 중 206건(85.1%)이 하청 산재였다. 기관별로는 동서발전이 94.7%로 가장 높았고 이어 남부발전(92.1%), 남동발전(85.2%), 중부발전(82%), 서부발전(75%)이 뒤를 이었다.
원·하청 여부에 따른 노동자 위험도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끼임 사고로 숨진 김용균씨 사건을 조사한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 조사에서도 협력사 노동자의 작업 관련 신체 손상·중독치료 경험은 원청 노동자보다 최대 6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조위는 위험을 가장 증가시키는 요인은 안전 정보제공 미흡, 피로, 높은 직무요구도 등을 꼽았다. 이는 개인의 부주의가 아닌 외주화 구조 전반에서 위험이 누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사고 책임이 현장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원·하청의 책임 범위와 역할이 불명확한 현 구조에서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이 현장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상태에서는 사고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처벌보다 예측 가능하고 실효성이 있는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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