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루닛, 1000억 연내 자금조달 추진…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400억 투자

  • 전환우선주 발행 난항에 구조 변경…차입금 상환·재무구조 개선 목적

사진루닛
[사진=루닛]

의료용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이 당초 계획했던 100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CPS) 발행을 철회하고, 새로운 조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벤처캐피탈(VC)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약 400억원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루닛은 최근 CPS를 통한 자금조달을 추진했으나 투자 유치 여건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해 조달 구조 전반을 재검토하고 있다. IB업계에서는 영구 전환사채(CB) 발행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발행 규모는 10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되며, 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이 맡았다. 
 
IB업계 관계자는 "전환우선주는 의결권, 배당, 전환 조건 등에서 투자자 요구사항이 까다로운 반면, CB는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해 투자자 모집 측면에서 수월한 편"이라며 "최근 바이오·헬스케어 상장사들의 자금 조달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영구 CB는 만기가 없거나 상환 의무가 제한적인 구조로 발행사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돼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1년 사이 앱클론, 네오팩트, 디앤디파마텍, 지놈앤컴퍼니, 뷰노, 더바이오메드 등 다수의 바이오 상장사들이 영구 CB를 발행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 바 있다.
 
루닛은 조달 자금의 상당 부분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올해 3분기 기준 루닛의 단기차입금은 308억원, 전환사채(CB) 장부금액은 681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634억원,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419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구개발(R&D) 투자와 글로벌 사업 확장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지속되면서 자체 현금 창출력을 통한 채무 상환 여력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요건 유예 종료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우려를 선제적으로 해소하려는 점도 이번 자금 조달의 배경으로 꼽힌다. 2022년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한 루닛은 지난해를 끝으로 법차손 요건 유예 기간이 만료됐다. 루닛의 연결 기준 3분기 누적 법차손은 146억원으로, 3분기 말 자본총계 1647억원 대비 법차손 비율은 8.9%다. 관리종목 지정 기준선인 50%를 크게 밑돌아 상장 적격성 우려는 상당 부분 해소된 상태다.
 
다만 법차손 부담 완화에는 파생상품평가이익과 외환환산이익 등 금융수익 증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루닛의 3분기 금융수익은 570억원으로 전년 동기(120억원) 대비 약 5배 급증했는데, 3분기 누적 금융수익은 851억원에 달했다. 파생금융부채평가이익은 812억원으로 집계됐다.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자의 전환권 행사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파생상품부채의 공정가치가 낮아지고 이를 통해 파생상품평가이익을 계상하게 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회계상 평가이익으로 관리종목 지정 위기를 넘겼으나, 내년에도 이 같은 구조가 유지될지는 미지수"라며 "올해 메자닌 발행에 나선 것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판단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 올릭스 역시 법차손 이슈가 불거진 후 메자닌 발행을 통해 관리종목 지정 우려에서 벗어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루닛 관계자는 "여러 가지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CB 발행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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