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 칼럼] 대통령 업무보고 생중계라는 실험, 기업가정신의 관점에서 본 의미

이재명 대통령의 부처 업무보고 생중계는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지지와 비판은 정파적 이해에 따라 엇갈리고, 해석도 제각각이다. 그래서 정치의 언어로 이 장면을 평가하면 공통의 결론에 이르기 어렵다. 필자는 기업가정신을 연구해 온 연구자로서, 이 장면을 정치가 아닌 ‘불확실성 속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의 관점에서 다시 보려 한다.

기업가정신은 기업경영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불확실한 환경에서 위험을 인식하고 선택하는 태도, 그리고 그 선택을 실천과 제도로 남기려는 의지가 핵심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이번 생중계는 단순한 이벤트로만 보기 어렵다. AI시대 국정운영이 요구하는 변화 가능성을 함께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 공개를 택한 선택은 관리가 아니라 실험
 
기업가정신의 출발점은 늘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선택이다. 기업에서 최고경영자(CEO)가 내부 전략회의나 실행 점검을 외부에 공개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실수와 혼선, 미완의 판단까지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조직은 통제를 택하고, 공개를 미룬다.
 
그럼에도 일부 리더는 다른 선택을 한다. 완성된 결과보다 판단 과정과 실행의 흐름을 드러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조직을 단단하게 만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 글로벌 기업들 역시 위기 국면에서 내부 논의와 의사결정 과정을 외부와 공유하며 신뢰를 관리해왔다. 업무보고 생중계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관리보다 실험에 가깝다.
 
· 대통령의 말이 논란을 키우는 이유는 ‘무게’ 때문
 
이번 논란의 상당 부분은 발언의 내용보다 대통령의 말이 갖는 무게에서 비롯된다. 기업에서 CEO의 즉흥적 발언은 토론과 수정의 여지가 있지만, 대통령의 말은 곧 정책 신호로 읽힌다.
같은 공개라도 국정에서는 파급력이 다르다. 이는 개인의 성향이 아니라, 권한이 집중된 자리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구조적 긴장이다. 이 점에서 이번 생중계는 분명 위험한 선택이었다.
 
기업가정신의 관점에서는 위험을 인식한 상태에서 감수한 선택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 안전한 관리였다면 애초에 시도되지 않았을 방식이기 때문이다. 논란은 실패의 증거라기보다, 방식 전환에 따르는 비용에 가깝다.
 
· 디테일 경영은 초기에 강력하지만, 오래가려면 전환돼야
 
이번 생중계에서 가장 눈에 띈 장면은 대통령의 디테일한 질문과 즉각적인 개입이었다. 정책의 세부를 직접 짚고, 보고의 허점을 바로 지적하는 방식이다. 이는 창업자가 초기 기업을 이끌 때 흔히 사용하는 리더십과 닮아 있다. 초기에는 실행력을 끌어올리고 조직에 긴장과 속도를 부여한다.
 
디테일 경영은 언제나 조건부다. 리더가 모든 판단을 직접 쥐고 있을 때 조직은 빠를 수 있지만,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개입의 강도가 아니라, 그 디테일이 조직의 학습과 자율로 전환되는지 여부다. 전환에 실패하면 실행력은 남지 않고 피로만 축적된다.
 
· 국정은 ‘보여주기’가 아니라 ‘작동 방식’의 문제
 
한국 대통령사에서도 국정 운영 방식의 전환은 늘 위험을 동반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IMF 구조조정은 정책 성과 이전에, 국가 운영 방식을 공개와 설득으로 바꾼 선택이었다. 위기를 내부에서 봉합하기보다 국제사회와 국민 앞에 드러내는 방식은 당시로선 매우 부담스러웠다. 결과보다 과정을 노출한 선택이었고, 그래서 비판도 있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는 적지 않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타운홀 미팅과 공개 토론을 통해 정책 결정의 과정을 국민 앞에 드러내는 방식을 택했다. 완성된 답보다 판단의 흐름을 공유하겠다는 선택이었다. 국정운영 역시 결국 무엇을 하느냐만큼, 어떻게 결정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사례들이 주는 교훈은 정책의 옳고 그름이 아니다.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기존의 운영 방식을 바꾸려 했다는 리더십의 태도다. 기업가정신은 개인의 결단으로 시작되지만, 조직이 실제로 움직이는 방식으로 남을 때 힘을 갖는다. 업무보고 생중계 역시 개인의 스타일로 끝나면 사라진다. 일하는 방식으로 정착될 때 의미가 생긴다.
 
· AI 시대, 기업가정신은 대통령에게까지 확장
 
AI 시대의 변화속도는 빠르다. 정보는 실시간으로 분석되고, 정책 판단은 즉시 평가된다. 국정 최고책임자 역시 과거와 같은 폐쇄적 운영 방식만으로는 신뢰를 유지하기 어렵다. 이 점에서 이번 생중계는 AI 시대 국정 운영이 요구하는 변화를 선제적으로 비춘다.
 
기업가정신은 정답을 맞히는 능력이 아니다.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실패 가능성을 안고도 시도하는 태도다. 업무보고 생중계는 안전한 선택은 아니었다. 다만 기업가정신의 잣대로 보면, 해볼 만한 실험이라는 가능성을 말할 수 있다.
 
이제 관건은 반복이 아니라 축적이다. 공개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세네카는 “방향이 맞다면 속도는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실험이 일시적 장면으로 남을지, 국정운영의 변화로 이어질지는 결국 실행이 증명할 것이다.
[사진=챗 GPT 생성]
[사진=챗 GPT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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