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 수요가 끌어올린 구리 가격...핵심광물 확보 전략 시급

구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구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도체·전기차 등 주력 산업의 핵심 광물인 구리 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 부족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한 대응 전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비철금속협회 등에 따르면 글로벌 벤치마크 가격지표인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 현물 가격은 지난 5일 기준 t당 1만164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리 가격은 지난달 28일 1만1004달러로 마감하며 약 한 달 만에 1만1000달러 선을 재돌파한 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에만 3.1% 오르면서 2024년 5월 기록했던 종전 최고가(1만1104달러)마저 넘어섰다. 올해 들어 구리 가격은 34% 상승했다.

구리는 전기·전자, 전력, 건설 등 전통 산업뿐 아니라 전기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칩 내부 회로 등 미래 산업에서도 필수 핵심소재로 주목받으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글로벌 구리 수요 2810만t 중 데이터센터, 전기차 등 '비전통 수요'가 약 655만t을 차지하며 2030년에는 1415만t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지난해 코브레 파나마 광산 폐쇄에 이어 올해 인도네시아 그라스버그 광산에서 대규모 토사 유출 사고까지 발생하며 공급망 차질이 지속된 점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은 현재 구리 시장이 '전례없는 공급 리스크'에 놓여 있다고 진단하며 가격 강세가 내년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골드만삭스 등 일부 투자은행은 내년 구리 가격이 최대 1만500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 과정에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에서도 구리 수요 증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내년까지 구리 등 핵심 광물을 60일분 조기 확보한다는 방침이지만 국내 AI 산업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서 국정감사에서 데이터센터·재생에너지·에너지고속도로 인프라 확충을 위해 향후 5년간 구리 3만9000t을 더 비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단기 대응만으로 한계가 있다며 장기적 관점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앞으로 구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각국 간 패권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략적인 관점에서 장기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공급망 다변화, 재고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