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딥시크의 등장은 국내 인공지능(AI) 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거대 인프라를 갖춘 소수 기업만이 대형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전제가 무너지고 저비용으로 GPT급 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딥시크 출시 이후 올해 AI 시장은 '인프라 경쟁'에서 '효율성 경쟁'으로 변화했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딥시크는 최적화 논리를 통해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방법론적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AI 모델 개발을 위해 기존에는 막대한 자본과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수로 여겨졌다"며 "그러나 딥시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GPU와 저사양 인프라로 최적화를 수행하며 빅테크 수준의 성능을 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지난해까지 시장을 주도한 오픈AI, 구글 등 빅테크들은 막대한 자금을 들여 GPU를 쏟아부었다. 더 많은 투자는 더 똑똑한 AI를 만드는 데 꼭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딥시크는 큰 모델의 지식을 작은 모델에 이식하는 '증류' 기술과 GPU 최적화를 통해 빅테크의 논리를 뒤집었다.
낮은 비용과 소규모 인프라로 GPT급 성능을 낼 수 있다는 대안이 제시되면서 그간 비용 문제로 진입을 꺼리던 기업들이 시장에 대거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AI 생태계가 확장된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딥시크 이후 활기를 띠고 있다. 기술과 자금이라는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독자 모델 개발에 나서는 스타트업이 늘어난 것이다. 혁신의 숲이 지난달 발간한 '2025년 3분기 AI 스타트업 투자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AI 투자금액은 877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00억원 증가했다.
정부 역시 최근 내년도 예산 확정과 함께 GPU 지원 등을 본격화하며 AI 생태계 키우기에 돌입했다. 최재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재철AI대학원 교수는 "딥시크 사태는 국내 산업계에 현실 자각과 강제 추격의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최재식 교수는 "미국이 AI 산업을 발전시킬 때는 '어렵다'고 진단했으나 중국이 딥시크를 만들어내면서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여론이 형성됐다"며 "이후 정부가 그래픽처리장치(GPU) 예산을 지원하고 국가 AI 전략을 수립하는 등 공공이 AI 시장을 키우는 형태로 방향이 잡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의 진원지인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AI G2'로 자리매김했다. 딥시크의 성공으로 중국 빅테크들은 연이어 파운데이션 모델을 내놓으며 미국을 위협하는 모양새다. 알리바바의 '큐웬(Qwen)'은 국내 기업은 물론 AI 스타트업들이 많이 사용하는 오픈소스 모델이 됐다.
전문가들은 딥시크로 중국이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변화했다는 점을 벤치마크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최병호 교수는 "중국이 보여준 최적화 논리는 자본력이 부족한 한국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국내 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AI파운데이션 모델이 빠르게 성공해 그 위에 글로벌 경쟁력이 가진 제조, 문화, 방산 등 데이터를 결합한 '특화 AI'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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