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로이터통신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52분께 홍콩 북부 타이포(Tai Po) 지역의 32층짜리 주거용 고층 아파트단지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홍콩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6시 기준 화재 사망자가 44명으로 늘었으며, 45명이 위중한 상태라고 밝혔다. 사망자에는 화재 진압 과정에서 숨진 소방관 1명이 포함됐다. 내부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는 279명에 달한다.
불은 단지 8개 동 가운데 7개 동으로 번졌으며, 이 중 4개 동은 화재 발생 약 10시간 만에 진화됐지만 나머지 3개 동은 16시간이 지난 현재까지도 진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화재는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하고 피해 최소화를 촉구했다고 관영 CCTV는 전했다.
홍콩 행정수반인 존 리 행정장관도 이번 화재를 대규모 참사라고 규정했다. 홍콩 당국은 화재 발생 직후 경보 단계를 잇따라 상향해 오후 6시22분께 최고 등급인 5급 경보를 발령했다. 5급 경보는 4명이 사망한 2008년 몽콕 나이트클럽 화재 이후 처음이다.
웡 푹 코트는 홍콩주택위원회(HA)가 개발한 공공주택으로, 1983년 입주가 시작된 지 40년이 넘은 노후 단지다. 총 2000가구에 약 4800여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아파트가 위치한 타이포 구역에는 약 30만명이 거주하며 정부 보조의 공공 분양주택들이 밀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온라인 게시물을 인용해 수 공사 비용은 3억3000만 홍콩달러(약 621억8000만원)이며, 세대 당 분담금은 16만∼18만홍콩달러(약 3000만∼3300만원)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정부는 관광버스를 투입해 주민들을 긴급 대피시켰으며, 인근 학교 등이 임시 대피소로 개방돼 약 900명이 수용됐다.
피해가 커진 데에는 1년 넘게 진행된 대규모 외벽 보수 공사와 부실한 안전관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목되지만,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화재 당시 단지는 지난해 7월부터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불길은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 공사용 안전망, 방화포, 비닐막 등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홍콩 건설현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대나무 비계는 올해 초 홍콩 정부가 공공 프로젝트에서 단계적 금지를 추진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또한 불에 타지 않은 건물 외벽에서도 발포 스티로폼 판이 발견됐으며, 건물 내부 환풍구 등에서도 스티로폼이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스티로폼은 화염에 극도로 취약해 화재 확산을 크게 키웠을 가능성이 있다. 일부 주민들은 현지 언론에 화재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불길은 인접 건물로 빠르게 번졌고, 고온으로 인해 고층부는 소방대의 접근 자체가 제한됐다. 소방 당국은 오전부터 아래층부터 순차적으로 수색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다음 달 7일 예정된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와 관련한 모든 선거 활동이 중단됐으며, 존 리 장관은 선거 연기 가능성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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