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드라마 넥스트] 짧게 보고 길게 빠진다…30~50대 여성이 만든 코어 팬덤

사진챗지피티가 만든 AI 이미지
짧게 보고 길게 빠진다…30~50대 여성이 만든 코어 팬덤 [사진=챗지피티가 만든 AI 이미지]
세로형 화면, 2~3분 분량, 수십 회차에 걸친 빠른 전개. 한때는 ‘짤’에 가까운 가벼운 볼거리로 여겨졌던 숏폼 콘텐츠가 이제는 ‘숏드라마’라는 고유 장르로 산업 지형을 넓히고 있다. 특히 30~50대 여성 시청자가 로맨스·로맨스 판타지 장르에 강한 충성도를 보이면서 숏드라마는 확실한 코어 팬덤을 가진 드라마 포맷으로 자리 잡아가는 모양새다.

숏드라마 산업 분석에 따르면 숏드라마의 핵심 시청층은 30~50대 여성으로 전체 시청 비중의 과반을 차지한다. 이들은 짧은 러닝타임과 모바일 중심 소비 패턴에 익숙한 세대이면서 동시에 장편 드라마와 웹소설을 통해 ‘정주행’에 익숙한 세대이기도 하다.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몇 편씩 끊어 보는 시청 방식이 숏드라마 포맷과 맞아떨어지면서 플랫폼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회차 소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안정적인 타깃으로 평가된다.

선호 장르도 뚜렷하다. 로맨스와 로맨스 판타지 장르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재벌이 등장하는 계약결혼, 금기된 사랑, 권선징악 서사 등이 결합된 극적 설정이 높은 인기를 끈다. 한국 내에서 확보된 이 포맷은 북미·동남아 등 해외 시장에서도 유사한 반응을 얻고 있다. 숏드라마 플랫폼 비글루 내 랭킹 상위 10위권을 채우는 작품 상당수가 재벌·계약연애·불륜·복수 등을 내세운 로맨스 계열이라는 점도 이러한 흐름을 보여준다.

숏드라마는 형식적으로는 숏폼 콘텐츠지만 내러티브 구조는 점점 드라마에 가까워지고 있다. 한 회당 2분 안팎의 러닝타임 안에 반전과 훅(hook)을 배치하고 수십 회차 동안 인물 관계와 서사를 촘촘히 쌓아가는 방식이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한 번 진입하면 끝까지 완주하게 만드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비글루의 대표 IP ‘해야만 하는 쉐어하우스’ 시리즈가 시즌1·2 모두 완주율 95%를 기록한 것도 숏폼의 속도감에 K-드라마식 감정 서사를 접목한 결과로 풀이된다.

OTT와 숏폼 플랫폼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세로형 전용 플랫폼인 비글루·탑릴스·숏챠 등이 시장을 넓혀가는 한편 티빙·왓챠 등 기존 OTT 역시 숏드라마 오리지널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OTT에서 인기가 검증된 세계관을 바탕으로 숏드라마를 제작하거나 반대로 숏드라마에서 반응이 좋았던 IP를 장편 드라마로 확장하는 시도도 가능해진다. 

제작 생태계도 다층화되는 중이다. 웨스트월드스토리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의 숏폼 드라마 수행기관으로 참여해 총 16명의 창작자와 멘토링 기반 대본 개발을 진행했고 이 가운데 경쟁력 있다고 판단한 ‘모쏠지옥’ ‘뽀삐가 재벌남으로 돌아왔다’ ‘내 결혼식의 불청객’ 3편을 실제 제작했다. 

이처럼 숏드라마는 기획 단계부터 ‘어떤 시청층을 겨냥할 것인지’가 명확한 장르로 움직이고 있다. 코어 타깃인 30~50대 여성의 취향을 정밀하게 분석해 포맷과 장르, 구조를 짜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공략을 병행하는 형태다. 북미·동남아·중남미 등지에서 한국식 로맨스·판타지 서사에 대한 수요가 확인되면서 국내 제작사와 플랫폼은 해외 오리지널 숏드라마 개발 및 현지 파트너십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숏드라마의 위상 변화는 결국 ‘짧지만 드라마다운 것’을 향한 이동으로 정리된다. 예능형 숏폼이나 단발성 릴스·쇼츠를 넘어 시즌제 세계관과 인물 중심 서사를 갖춘 숏드라마가 독립된 드라마 카테고리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이다. 향후에는 숏드라마에서 먼저 실험한 포맷과 캐릭터, 서사가 장편 드라마·영화·게임 등으로 확장되는 ‘IP 인큐베이팅 허브’ 역할이 더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