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3거래일 연속 1470원대…'국민연금 환헤지' 묘책될까

[연합뉴스]

미국 금리 인하 기대 재점화와 외환당국 시장 안정화 노력에도 원·달러 환율이 3거래일 연속 1470원대에 머물렀다. 그만큼 환율 상승에 베팅하는 수요가 계속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 환헤지가 단기간 급한 불을 끌 순 있겠지만 서학개미의 대규모 해외 투자가 이어지는 현 구조에서 수급 불안을 온전히 해결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는 4.7원 내린 1472.4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1일 1475.6원, 24일 1477.1원에 이어 3거래일 연속 1470원대다. 환율이 3거래일 이상 1470원을 넘겨 장을 마무리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7거래일(2009년 2월 19일 1481원~3월 16일 1483.5원)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올해 3~4월에는 1470원을 넘기긴 했지만 모두 2거래일 만에 수준을 낮췄다. 

시장에선 전날 구성된 4자 협의체(기획재정부·한국은행·보건복지부·국민연금)가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국민연금 전술적·전략적 환헤지 비중을 최대 15%에서 추가 확대 △전략적 환헤지 조건 변경 또는 완화 △한국은행 통화스와프 증액 및 연장 등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국민연금이 환헤지에 나서면 국민연금은 해외 자산 중 일부에 대한 수익을 실현하고, 국내 외환시장에선 달러 공급이 늘어나 환율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환헤지는 시장에서 선물환(특정일에 사전에 약정한 환율로 매수·매도하는 거래)을 매도하거나 한국은행과 맺은 외환스와프를 통해 이뤄진다.

국민연금은 전술적 환헤지 여력은 145억 달러(약 21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은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외화자산 중 5%(약 35조원) 범위에서 전술적 환헤지를 발동할 수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국민연금 외화자산은 5138억9000만 달러이며, 전술적 환헤지 포지션은 2.17% 수준인 111억7100만 달러(16조5000억원)로 파악됐다. 

전략적 환헤지가 단행되면 376억7100만 달러(55조4600억원) 추가 공급 여력이 생긴다. 전략적 환헤지는 환율이 장기 평균 대비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정한 일정 수준 이상을 벗어나는 등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10% 범위에서 실시할 수 있다. 전략적 환헤지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복귀한 6월 전후 중단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 규모는 3% 내외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이미 전략적 환헤지 발동 요건이 다시 충족됐다고 보고 국민연금의 등판을 기다리는 분위기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국민연금 환헤지가 발동되는 조건은 '장기평균 분포를 벗어난 극단값의 5거래일 이상 지속'하는 것으로 이미 충족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자체 추산 결과 "환율 1480원 수준이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발동 조건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환헤지는 단기 수단일 뿐 현 외환시장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해외 주식투자 총 잔액 중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1% 수준으로 절반 이하인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현재 달러 수급은 민간(개인·기관)에 달렸다는 의미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기준 해외 증권 투자 자산 증가는 모두 민간에서 나왔다"며 "해가 갈수록 국민연금발 환율 상승 압력은 완화될 것이며 민간의 해외 투자 기조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환율이 안정되려면 나스닥 불패 신화에 대한 개인들의 믿음이 깨지거나 연기금들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마무리돼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 시점은 2027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도 서학개미 투자 수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한국은행·금융감독원 등 외환당국은 이달 21일 외환시장협의회 소속 9개 증권사 외환 담당자들과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증권사 환전 실태를 알아본 것으로 투자자 이익을 훼손하지 않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