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창작자의 지갑을 두둑하게" 김형석, 음저협 개혁을 말하다

음저협 회장 출마 선언한 김형석 작곡가 사진김형석
음저협 회장 출마 선언한 김형석 작곡가 [사진=김형석]

K팝의 전성기를 곁에서 만들어온 작곡가 김형석이 이번엔 무대를 떠나 협회를 향했다. 오는 제25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 선거에 공식 출마한 그는 “음저협이 신뢰를 회복하고, 창작자들의 지갑을 두둑하게 해주는 것” 그 한 문장을 핵심 목표로 내세운다. 

신승훈, 성시경, 임창정 등 정상급 아티스트들의 명곡 뒤에서 30년 넘게 한국 대중음악의 사운드를 다져온 그는 이제 ‘K팝 시스템’의 뒤편에 있는 창작자 권익을 바로 세우기 위한 변화의 첫 주자로 나섰다. 자리를 위한 욕심이 아니라, 창작자라면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수익 구조와 저작권 환경을 만들겠다는 책임감. 김형석은 이 변화를 “이제는 말이 아니라 실행으로 보여줄 때”라고 단정했다.

“협회가 요즘 많이 시끄럽지 않습니까. 회장 선거에 나가면 곡 쓸 시간도 없을 것 같고, 잘해도 본전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저도 처음에는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선후배님들이 계속 출마를 권유하셔서 협회 자료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어요. 재무제표, 사업보고서, 문화체육관광부 지적사항까지 하나하나 보기 시작했는데, 결론은 ‘너무 심각하다’였습니다. 새는 돈이 너무 많고, 운영은 방만하고, 징수 시스템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었어요. 징수액은 4000억을 훌쩍 넘겼는데 시스템은 수십 년 전 그대로더라고요. ‘이 상태로 두기는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본 음저협은 한마디로 ‘낙후된 시스템을 안고 버티고 있는 거대한 조직’에 가까웠다. 저작권 징수 규모는 K팝의 성장과 함께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그 돈이 어떤 구조로 들어오고 빠져나가며, 어디서 누수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설명과 설계는 충분히 따라오지 못했다. 그는 “협회는 창작자들의 권리를 지키는 집단인데, 회사도, 감사도, 임원도 모두 작사·작곡가인 구조”라며, “나 같으면 이런 구조에는 돈을 맡기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협회는 작가들의 저작권을 담보로 징수하고 분배하는 곳이잖아요. 사실상 금융회사에 가까운 역할을 하는 셈인데, 구조는 아직도 ‘문제 생기면 그때그때 막는’ 식에 가깝습니다. 인사관리 조직도 제대로 없고, 위기관리 대응 시스템도 없다 보니 사고가 나도 구조적으로 점검하고 고치는 기능이 부재했던 거죠. 조직은 커졌는데 내실은 허술한 상태였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그냥 덮고 갈 수는 없다고 느꼈어요.”
 

음저협 회장 출마 선언한 김형석 작곡가 사진김형석
음저협 회장 출마 선언한 김형석 작곡가 [사진=김형석]




그래서 그가 회장으로서 가장 먼저 하겠다고 밝힌 것은 ‘외부의 눈’을 협회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이다.

“회장이 된다면 글로벌 회계법인 같은 곳에 컨설팅을 맡길 생각입니다. 회계와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서 보고서를 만들고, 그 결과를 회원들에게 전부 공개할 생각이에요. 어디서 돈이 새는지, 어떤 구조가 비효율적인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투명하게 보여드려야 합니다. 협회가 밀실처럼 느껴졌던 이유는 과정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저는 이사회나 위원회 같은 중요한 회의도 가능하다면 유튜브로 공개하고 싶어요. 정부도 하는데 우리가 못 할 이유는 없잖아요.”

내부 재정비가 선행 과제라면 본질적인 목표는 분명하다. ‘창작자에게 정당한 수익이 돌아가게 하는 것’. 그가 말하는 음저협의 미래는 단순한 징수·분배 기관이 아니라 글로벌 저작권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창작자 플랫폼에 가깝다.

“이제 협회는 단순히 돈을 걷고 나눠주는 곳으로 머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K팝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음악 유통 방식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협회도 글로벌 기준에 맞게 바뀌어야 합니다. 해외 징수 체계를 혁신하고 회원 복지를 강화하고 경영을 투명하게 만들고 AI 기반 플랫폼을 고도화하는 게 큰 방향입니다. 그래야 창작자들의 권리를 제대로 지키고 수익을 적극적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그가 특히 문제의식으로 꼽은 부분은 ‘해외 저작권료 징수’다. K팝의 존재감에 비해 실제 회수액은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해외 스트리밍이나 SNS, OTT에서 발생하는 저작권료가 제대로 들어오고 있지 않습니다. 미국의 MLC 같은 곳에서 연간 어마어마한 규모를 징수하는데 그 안에서 K팝이 차지하는 비중과 실제 우리가 받는 금액을 비교해 보면 갭이 큽니다. 작품 코드와 음원 코드가 제대로 매칭돼야 정산이 되는데 미등록·오등록이 많고 이걸 대행하는 시스템도 여전히 오래된 방식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형 뮤직 라이선싱 콜렉티브 이른바 ‘K-MLC’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작권 정산 구조를 코드 단위에서 다시 세팅하고 정부와 협력해 글로벌 징수 시스템을 갖추는 게 목표입니다. 그렇게 해서 저작권 징수 1조 시대를 열고 싶습니다.”
 

음저협 회장 출마 선언한 김형석 작곡가 사진김형석
음저협 회장 출마 선언한 김형석 작곡가 [사진=김형석]


OTT와 방송사, 국내 음원 플랫폼과의 요율 갈등도 그가 짚은 지점이다. 그는 이 문제가 단순한 ‘요율 올려 달라’ 수준이 아니라 잘못된 선례와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본다.

“OTT 저작권료를 정산할 때 총매출 기준으로 가야 하는데 일부 단체가 순매출이나 아이디 수로 계약을 해버리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지금은 하나의 계정으로 여러 명이 보는 시대인데 아이디 기준으로 가면 작가들이 받을 수 있는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죠. 대법원 판결도 총매출 기준이 옳다고 한 상황인데 이미 다른 기준으로 계약해버리면 나중에 작가들이 피해를 보는 선례가 남게 됩니다. 국내 음원 플랫폼도 유튜브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요율을 무작정 올려달라고만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권리도 지켜야 하지만 시장도 유지돼야 합니다. 이 부분은 문체부와 협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조율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AI 시대에 대한 대비도 그가 강조하는 핵심 키워드다. 김형석은 “지금 대비하지 않으면 저작권의 주도권이 협회가 아니라 IT 플랫폼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누구나 AI로 곡을 만들 수 있는 시대입니다. 창작 로그를 어떻게 기록하고 어떤 체계로 분배를 관리할지 블록체인 기반 관리 시스템을 도입할지 등을 지금부터 고민하고 제도화해야 합니다. 지금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시간만 보내면 나중에는 협회가 아니라 플랫폼이 ‘기준’을 쥐게 될 거예요. 그때 가서 되돌리려면 훨씬 큰 비용이 듭니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음저협이 창작자의 ‘복지’와 ‘미래 시장’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수수료를 낮추고 현재 징수액을 나누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

“지금까지 협회는 징수와 분배에 집중해 왔다면 앞으로는 복지재단 같은 별도의 축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정부와 기업의 후원도 받을 수 있고 원로 작곡가들의 명예를 지키는 공간도 만들 수 있고 전 세계 엔터사 A&R에게 한국 작곡가들의 곡을 직접 소개하는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스웨덴처럼 국가 차원에서 창작자를 밀어주는 시스템이 있으면 그 토대에서 또 다른 맥스 마틴이 나오는 것처럼요. 우리도 저작권 협회가 일정 부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음저협 회장 출마 선언한 김형석 작곡가 사진김형석
음저협 회장 출마 선언한 김형석 작곡가 [사진=김형석]


절친한 동료이자 현재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진영과의 대화도 그에게는 하나의 자극이 됐다.

“진영이와는 발표 나기 전에 통화를 했어요. 진영이도 굉장히 무겁게 결정했더라고요. ‘형, 진짜 퇴임하는 그날 한 점 부끄럼 없이 할 거야. K팝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거야’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똑같은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죠. 하하. 앞으로는 대중문화교류위원회와도 또 산업 전체와도 ‘K팝’이 단순 이벤트가 아니라 오래 가는 문화 현상으로 남을 수 있도록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스스로를 “영업형 회장”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도 “결국 기획하고 설득하고 외부의 자원을 끌어오는 것 역시 회장의 역할”이라고 정리했다.

“지금 작가들에게 필요한 건 단순히 수수료 몇 퍼센트를 낮추겠다는 공약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새어나가는 돈을 막고 제대로 징수하고 그 위에서 복지와 시장 확장을 고민해야 합니다. 재단을 통해 브랜드를 세우고 원로와 신인이 함께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해외와 연결할 통로를 만들어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영업도 기획도 설명도 다 회장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봅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꺼낸 말은 처음과 같았다.

“결국 목표는 하나입니다. 회원들의 저작권료를 저작권료답게 두둑하게 만들어 드리는 것. 그게 제가 회장 선거에 나온 이유이고 가장 중요한 최종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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