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긴 신약개발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이 불확실성을 줄이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후보물질을 발굴하기까지 수십억 건의 화합물 구조와 데이터를 검토해야 하는 만큼, 부작용을 사전에 예측하는 역할도 할 수 있어서다.
29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글로벌 AI 신약개발 시장 규모는 2021년 4억 달러에서 2027년 40억 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는 평균 10년 이상, 최대 20억 달러가 넘는 비용이 든다. 임상시험 단계 진입 후 성공 확률도 10% 남짓에 그친다. 개인별 약물 반응이 달라지는 희귀질환 영역에서는 실패율이 더 높다.
개발 리스크가 큰 만큼 제약사들은 AI를 신약개발 효율을 높일 대안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서울대 첨단융합학부와 AI 기술을 활용한 신약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서울대는 AI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동아에스티는 이를 자사 데이터에 학습·응용한다. AI 기술이 아직 회사 내부에 완전히 내재화되지 않은 만큼, 이번 협력으로 연구 효율을 높이고 자체 역량을 보완하려는 구상이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서울대의 AI 기술과 자사의 약물 자산, 데이터를 결합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장기적 협력을 통해 AI 예측 정확도와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JW중외제약은 지난해 자체 AI 신약개발 플랫폼 '제이웨이브(JWave)'를 구축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주얼리(JW중외제약 신약연구센터)'와 '클로버(C&C신약연구소)'를 통합해 AI 모델의 적용 범위를 넓혔다. 이를 통해 후보물질의 가능성을 사전 예측하고, 불필요한 실험 단계를 줄여 연구 기간과 비용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자체 AI 신약개발 시스템 'DAISY(Daewoong AI System)'를 완성했다. 후보물질 구조와 활성을 예측해 최적화 과정을 자동화하는 플랫폼으로, 2년간의 준비 끝에 가동됐다. 초기에는 전담 인력과 컴퓨팅 자원이 부족했지만, 현재는 컴퓨터·생물·수학 등 다양한 전공 인력으로 구성된 5인 전담팀이 운영되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AI 시스템을 통해 두 가지 표적 단백질에 동시에 작용하는 활성물질을 발굴하고, 최적화 단계에 돌입하기까지 두 달이 걸렸다"며 "암세포 억제 효능을 보이는 물질 또한 6개월 만에 선도물질로 확보해 특허 출원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AI 기술이 신약개발 전 과정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아직은 '혁신'보다 '적용'의 단계로, 기술의 완성도보다 AI를 얼마나 현실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를 단순 도구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연구 프로세스 전반에 녹여내려는 것이 최근의 흐름"이라며 "향후 임상 단계에서도 분석·예측 활용 폭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뚜렷한 성과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기술 적용이 확장되면 연구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효과가 분명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