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① 곽철용에게 삶을 배우다: 배우 김응수의 진심 연기 이야기

배우 김응수는 원래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고등학교 시절, 이상 작가의 『날개』를 읽고 문학의 세계에 깊이 매료된 그는 시를 쓰고 소설을 쓰며 언젠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고 싶었다. 그러나 글로만 표현하는 것은 점점 그에게 답답하게 느껴졌다. 마음속의 감정과 사유를 단어로만 옮기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는 언어 대신 몸으로, 문장 대신 표정과 호흡으로 세상을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를 느꼈고, 그 길 끝에서 ‘배우’라는 또 다른 문학의 형태를 발견했다.

무대에서 시작한 그의 연기는 스크린과 안방극장으로 이어졌다.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작품을 오가며, 김응수는 ‘감정의 진정성’을 중심으로 한 배우로 자리 잡았다. 그는 작품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로 “재미”를 꼽는다. 여기서 말하는 재미란 웃기거나 흥미로운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는 ‘정서적 경험’이다. 그에게 돈보다 중요한 것은 관객에게 감동과 울림을 주는 순간이며, 그 한 장면을 위해 오랜 시간 무대와 카메라 앞을 지켜왔다.

그의 연기의 원동력은 여전히 “관객의 감동”이다. 젊은 세대가 그를 알아보고 반가워할 때마다 그는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즐기고, 그들과 함께 웃고 토론하며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진심으로 즐긴다. 요즘 그는 문학, 역사, 철학—이른바 문사철(文史哲)—을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떤 인물도 진실하게 표현할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배우로서 가장 애착을 가진 작품으로 임진왜란 관련 배역을 꼽는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연기하며, 그는 민족의 고통과 분노를 깊이 느꼈다. 역할의 진정성을 위해 일본 유학까지 다녀왔고, 현지의 사람들과 문화를 직접 경험하며 인물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연기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인간과 역사를 통찰하는 행위임을 깨달았다.

김응수는 말한다. “배우는 죽을 때까지 배우는 사람이다.” 초창기에는 등장인물처럼 살려고 노력했지만, 지금은 그 인물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변했다고 한다. 결국 그에게 연기란 ‘삶을 닮은 공부’이며, 사람을 이해하고 시대를 기록하는 또 하나의 예술이다. 글로 세상을 이해하려던 청년이 몸으로 인간을 기록하는 배우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는 여전히 배운다. 인간을, 세상을, 그리고 자신을.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김응수 배우 사진 김호이 기자
김응수 배우 [사진= 김호이 기자]


어쩌다가 배우를 하게 됐나
- 고등학교 때 배우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원래는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이상 작가를 너무 좋아해서 '날개' 등 그의 시를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이상 같은 작가가 되고 싶었고, 시도 쓰고 소설도 쓰고 했다.
그런데 글로만 표현하는 것은 뭔가 만족이 안 됐다. 몸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면서 배우가 되는 길을 선택하게 됐다. 배우를 통해 글이 아닌 몸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저를 끌었다.

지금도 소설을 쓰고 싶은 생각은 있나
요즘도 소설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든다.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처럼 역사가 있는 대하 소설을 쓰고 싶다.

젊은 세대에게 알려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저는 연극을 오래 했고, 영화도 하고 TV 드라마도 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연극계에서도 이름이 있었지만, 방송과 영상 매체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 알려지게 됐다.

 길에서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나
- 그렇다. 특히 젊은 친구들이 저를 많이 알아보고 반갑게 대해주니 너무 좋다. 젊은 친구들과 얘기하고, 함께 작업하는 걸 좋아한다.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오랜 경력 속에서도 새로운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뭔가. 돈보다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 작품 선택의 기준은 재미다. 웃는 재미, 우는 재미, 분노를 느끼는 재미 등 감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돈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관객에게 감동과 재미를 주고 싶다는 욕망이다.

배우로서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인가
- 출연한 작품을 보는 관객을 감동시키고 싶다는 욕망이다. 젊은 친구들에게 더 깊은 감동과 재미를 주고 싶은 마음이 원동력이다.

요즘 어떤 것들을 공부하고 있나
- 문사철, 즉 문학·역사·철학을 공부한다. 인간은 문학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보고, 나쁜 짓을 하지 않도록 배워야 한다. 역사와 철학을 알아야 인간과 사회를 깊이 이해할 수 있고, 이것이 연기에도 도움이 된다.
 
김응수가 전하는 메시지사진 김호이 기자
김응수가 전하는 메시지[사진= 김호이 기자]

김응수 하면 떠오르는 대표 캐릭터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무엇인가
- 임진왜란 관련 역할이 특히 의미 있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하며 수많은 문화재가 없어지고 민족이 학살당했다. 이런 역사적 사건을 표현하며 우리 민족의 고통과 분노를 연기할 때 큰 애착이 생겼다.
이 역할을 준비하면서 일본 유학도 다녀왔다. 일본인과 일본 사회를 직접 보고 이해하고 싶어서였다. 그 경험 덕분에 도요토미 히데요시 역할을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었다.

연기를 오래 하다 보면 “내 안에 여러 사람이 생긴다”고 하는데, 스스로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
- 배우는 죽을 때까지 배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표현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다. 배우는 인간의 성격과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사람이다.
초반에는 등장인물처럼 살려고 노력했지만, 지금은 그 인물을 통해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김응수 배우와 사진 김호이 기자
김응수 배우와 [사진= 김호이 기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