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 자사주 대상 EB 발행 결정금액은 총 1조4455억원(50건)으로 지난해 총 발행금액인 9863억원(28건)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달 발행금액만 1조1891억원(39건)에 달했다. 3분기 총 발행결정 규모의 78%를 차지했다.
EB 발행은 3차 상법 개정(자사주 소각 의무화)을 앞둔 방어 조치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가 줄어 주당 가치는 오르지만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는데, EB를 발행하면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도 경영권 방어 효과를 볼 수 있다. 한국화장품제조, 세아제강지주, 종근당 등은 올해 추석 연휴 전 EB 발행을 공시했다. 주주 반발에도 이들 기업은 계획을 철회하지 않고 발행을 강행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EB 발행 문턱을 높였다. 금감원은 지난 20일부터 EB 발행 결정 시 주주 이익에 미치는 영향 등 주요 정보를 공시에 기재하도록 기준을 개정·시행했다. EB 발행 문턱을 높인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주주충실 의무 도입으로 기업이 주주 관점에서 교환사채 발행을 더 신중하게 검토하도록 유도하고 투자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시장의 냉정한 판단과 평가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 7월 세방과 하이비젼시스템은 각각 이사회를 열어 보유 자사주를 주당 1만5609원, 1만4998원에 처분하기로 의결했다. 두 회사가 상호 교환한 자기주식 규모는 각각 약 45억원이다. 광동제약도 지난달 삼양패키징, 금비, 삼화왕관에 총 220억원 규모 자사주 373만4956주(지분율 9.5%)를 처분했다. 이 가운데 삼양패키징에는 단순 매각, 금비와 삼화왕관에는 맞교환 방식을 활용했다.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자기주식)를 제3자에게 처분하면 양도받은 제3자는 해당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경영권 위협 시 우호지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광동제약이 소각 의무화를 앞두고 협력사에 자사주를 처분하는 전략을 구사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PRS도 자사주 유동화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PRS는 기업이 보유한 주식을 증권사에 매각하고 만기 시 되사올 것을 약속하는 파생상품 계약으로 일종의 주식 담보 대출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회계상 부채로 잡히지 않아 부채비율 관리에도 유리하다.
티와이홀딩스는 지난 8월 자사주 500만주(발행주식총수 대비 약 9.91%)를 기초자산으로 PRS 계약을 체결했고, 9월에는 바이오플러스가 주가수익PRS를 활용해 18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처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