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만나 "우리는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취소했다. 적절치 않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도달해야 할 지점에 이르지 못할 것 같았다"며 "그래서 회동을 취소했지만, 우리는 미래에 회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상회담이 무산된 것은 러시아가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전역의 통제권 확보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입장은 현 전선을 기준으로 휴전을 추진하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 측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러 정상회담이 무산된 직후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소극적인 러시아를 겨냥해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할 때가 됐다고 느꼈다.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말했다.
재무부는 이번 제재를 통해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크렘린(러시아 정부)이 전쟁 자금을 조달하고 약화된 경제를 지탱하는 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제재 대상에는 ‘로스네프트 오일 컴퍼니’와 ‘루코일’ 등 러시아의 대형 석유기업 두 곳과 그 자회사들이 포함됐다. 재무부는 이들 기업이 러시아 연방 경제의 핵심인 에너지 부문에서 활동한 점을 근거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며, 이들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모든 법인 역시 자산이 동결된다고 설명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제는 살상을 멈추고 즉각적인 휴전에 나서야 할 때"라며 "우리 동맹국들이 이번 제재에 동참하고 따라주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대니얼 태너바움 연구위원은 뉴욕타임스(NYT)에 “이번 제재는 큰 진전이지만, 이제는 제3국을 상대로 한 2차 제재를 실제로 시행하거나 최소한 적극적으로 그 가능성을 위협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유럽연합(EU)도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19차 제재 패키지에 합의했다. 이번 제재안에는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전면 금지 △그림자 유조선 117척 제재 △루블화 연동 가상화폐 거래 금지 등이 담겼다.
EU의 한 고위 외교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제재로 인해 러시아 경제가 곤경에 처하고 있고, 우리는 그 곤경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이미 2028년 1월 1일부터 LNG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는 로드맵을 마련한 상태다. 이번 19차 제재 패키지는 LNG 수입 중단 시점을 2027년 1월 1일로 1년 앞당기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제재 시행 시 단기계약은 6개월 이내 종료, 장기계약은 내년 말까지 파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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