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중순 우리나라 수출이 긴 추석 연휴와 미국 관세 충격 여파로 1년 전보다 8%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미 수출이 두 자릿수 급감하며 수출 판도에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관세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세청이 21일 발표한 ‘10월 1~2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01억4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했다.
다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28억7000만 달러로 9.7% 증가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10.5일로 지난해보다 이틀 적었다.
월간 수출액은 지난 6월 이후 4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12.7% 늘었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9.2%), 베트남(-10.0%) 등 주요 교역국에 대한 수출도 감소했다. 반면 대만(58.1%), 홍콩(4.9%), 싱가포르(5.3%) 등에 대한 수출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상위 3개 수출국(중국·미국·대만) 비중은 전체 중 45.7%로, 반도체 중심의 대만 수출이 전체 구조 변화를 이끌고 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20.2%), 석유제품(10.9%), 선박(11.7%) 등이 증가한 반면 승용차(-25.0%), 자동차 부품(-31.4%), 철강제품(-18.6%) 등은 감소했다.
정부의 올해 수출 목표액(7000억 달러)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9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5197억8000만 달러로 남은 석 달 동안 매달 평균 600억 달러 이상 수출해야 한다. 그러나 600억 달러를 넘긴 달은 7월(607억 달러), 9월(660억 달러) 두 달뿐이다. 통상 수출이 월말에 집중되는 점을 고려해도 쉽지 않은 목표다.
대외 여건도 녹록지 않다. 7월 말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이 아직 후속 조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고 미·중 무역전쟁도 격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한·미 정상회담이 수출 회복에 분수령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이번 회담을 통해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 완화 등 수출 여건을 개선할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관세 인하를 포함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자동차 등 주요 품목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고,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이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협상이 진행 중이며 세부 내용은 확정된 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