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베트남에서는 하노이와 호찌민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배달원을 사칭한 신종 사기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시민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범죄자들은 단순한 전화 피싱을 넘어 QR코드와 모바일 뱅킹 시스템을 악용해 정교한 수법으로 피해자를 속이면서 금융 시스템에 취약한 일반 시민들의 약점을 파고들고 있다.
베트남 청년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호찌민시에 거주하는 H씨는 최근 사기 수법으로 약 1억동(약 540만원)을 잃었다. 평소 온라인으로 의료기기를 자주 구매하던 그는 범죄자들이 만든 함정에 걸려들었다. 범죄자는 H씨에게 배송 사실을 알리며 소액의 선입금을 요구했다. 하지만 H씨가 송금을 하자마자 사기범은 "입금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재입금을 유도했다. 이어 배송업체의 "연간 고객 서비스"에 당첨되었다는 문자를 보내 심리를 자극했다. 문자에는 월 200만~1000만동의 수수료가 자동 공제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H씨는 다소 의아해했지만 안내된 소셜미디어 잘로(Zalo) 메시지를 따라 가짜 링크를 클릭했다. 이 과정에서 휴대전화가 해킹돼 계좌 정보가 유출됐고 H씨의 은행 계좌에 있던 돈이 모두 인출된 것이다.
이는 최근 베트남에서 퍼지고 있는 배달 금융 사기의 한 예다. 베트남에서도 온라인 구매가 크게 활성화됨에 따라 범죄 조직이 소비자들의 온라인 구매 습관을 악용해 신뢰를 쌓은 뒤 금융 정보를 탈취한 것이다. 이에 호찌민시 경찰은 지난 15일 온라인 쇼핑 이용자를 노린 사기 수법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며 별도의 경고문을 발표했다. 경찰은 "단 한 번의 클릭이 금융 시스템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피해를 당했을 경우 즉각적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노이 경찰 사이버수사대 역시 "이번 범죄는 단순한 해킹이 아니라 사람의 불안과 회복 심리를 이용한 심리전"이라며 "조직 내부에 금융 시스템과 심리학을 이해하는 전문 인력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개인정보 유출·가짜 요금 청구·허위 계좌 이체 등 증가
현재 베트남 내에서는 배달 금융 사기를 비롯해 사이버 사기의 피해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베트남 공안부의 자료에 따르면 2025년 8월까지 약 1500건의 온라인 사기가 적발됐고, 그로 인한 피해액은 1조6600억동을 초과했다. 또 △온라인 도박을 광고하는 채널과 그룹 1500개 이상 △가상화폐 및 암호화폐 거래와 관련된 채널 및 그룹 1500개 △마약 등 중독성 물질을 광고·판매하는 채널 및 그룹이 약 2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레 칵 손 공안부 형사 경찰국 부국장은 "전통적인 범죄는 크게 감소해 상황은 안정됐고 국민들의 평가와 만족도도 높다"며 "범죄 예방 및 통제 기관에 가장 큰 성과이자 지표"라고 강조했다. 다만 "사이버 공간과 관련된 범죄는 비교적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기 범죄가 전체 범죄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사이버 사기가 59%를 차지해 국민의 재산에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베트남 경찰은 전화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사기 범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시민들에게 '3가지 황금법칙'을 따를 것을 당부했다. 첫째, 어떠한 경우에도 전화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개인정보, 비밀번호, OTP 코드, 은행 계좌 정보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서비스 취소 수수료나 업그레이드 비용 등 정상 절차를 벗어난 자금 이체 요청이 있을 경우 반드시 해당 기관의 공식 채널을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기 징후를 발견하면 즉시 통화를 중단하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특히 메시지, 녹음, 거래 내역 등 관련 증거를 보관해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경찰은 사이버 범죄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는 만큼 각 개인의 경계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한편, 경찰은 이러한 예방 수칙이 시민 각자의 경계심을 높이고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신종 사기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향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홍보와 시민 교육을 확대해 피해 예방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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