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9·7 대책 이후 한 달여 만에 추가 대출 규제를 내놓으며 서울 아파트 매수 시 주택담보대출로 받을 수 있는 자금이 또다시 줄어들게 됐다. 규제지역을 서울 전 지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으로 넓히는 한편 주택담보대출 스트레스 금리를 높인 탓이다.
금융위원회가 15일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행을 위해 진행한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 결과에 따르면 16일부터 서울 전 지역을 비롯해 경기도 12개 지역(과천시, 광명시, 성남시 분당·수정·중원구, 수원시 영통·장안·팔달구, 안양시 동안구, 용인시 수지구, 의왕시, 하남시)에서 주택 매수 시 주담대 한도가 더 줄어든다. 규제지역을 확장하고, 대출 한도 감축 효과를 내는 스트레스 금리 하한을 1.5%에서 3%로 높인 영향이다.
소득이 5000만원인 차주는 주담대(30년 만기·금리 4.0%·원리금균등상환 조건) 상품 유형에 따라 기존보다 대출 한도가 6.6~14.7% 낮아진다. 금액으로 보면 최저 2200만원에서 4300만원의 대출 자금이 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주담대 상품별 대출 한도는 여전히 5년 주기형이 가장 크다. 소득 5000만원인 차주의 3억2500만원인 대출 한도는 이번 규제 강화 조치로 3억400만원이 된다. 5년 고정 후 금리가 바뀌는 혼합형의 경우 3억400만원에서 2억6600만원, 변동형은 2억9400만원에서 2억5100만원으로 감소한다.
주택을 보유한 차주라면 앞으로 전세대출 받기도 어려워진다. 정부는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오는 29일부터 유주택자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임차인으로 전세대출을 받을 때 이자상환분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반영키로 했기 때문이다. DSR은 개인 연소득 대비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은행권은 최대 40%, 비은행권은 50%로 규제하고 있다.
금융위 시뮬레이션 결과, 소득이 5000만원인 유주택자가 전세대출(금리 3.7% 조건)을 받는다면 DSR은 최대 14.8%포인트(p) 상승한다. 은행권 DSR 한도가 40%인 점을 고려했을 때 이미 주담대 등으로 DSR이 25.2%를 넘었다면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거나 대출 금액을 낮춰야 한다.
예컨대 현재 주담대로 DSR이 26%인 유주택 차주가 전세대출로 2억원을 신청한다면 DSR이 40.8%로 높아지기 때문에 대출이 불가능하다. 다만 전세대출 금액을 1억원으로 낮추면 상승 폭이 7.4%p로, 총 DSR은 33.4%에 그쳐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은행은 공급을 줄이며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대출 받기는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이미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모두 올해 금융당국에 보고했던 연간 대출 증가 목표치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신한·NH농협은행은 이미 지난달 말 목표치를 초과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분간 부동산 거래가 줄며 대출 수요 역시 감소하는 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번 규제 효과가 얼마나 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