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준 논설주간]
중국은 건국 100주년을 맞는 2049년 세계 최강국의 꿈을 향해 달리고 있다. 2023년 7월 중국 헤지펀드 환팡퀀트(幻方量化)가 개발해서 공개한 AI ‘Deep Seek(深度求索)’에 전 세계가 충격을 받는 등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급변하고 있다. 아주경제는 중국의 오늘과 내일을 심도있게 분석해보는 ‘중국심서(中國心書) 2025’ 시리즈 칼럼을 마련했습니다. 본지는 국내 최고의 중국 전문가들과 현지 특파원의 약 3주에 걸친 기획 칼럼을 통해 21세기 우리의 최대 시장인 중국의 변화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 것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한다. (편집자 주)
중국심서(中國心書) 2025 <1>
‘Made in China 2035’와 ‘Made in China 2049’가 바꿔놓을 세계
중국공산당 정치국은 지난 9월 29일 관영 신화(新華)통신과 중앙TV를 통해 “제20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오는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베이징(北京)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의에서는 국민경제와 사회발전에 대한 제15차 5개년 계획의 중대 문제를 연구해서 제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이 같은 결정은 중앙총서기 시진핑(習近平)이 주재한 회의에서 결정됐다”고 아울러 공지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10월 9일호에서 중국공산당의 4중전회 개최 사실을 전하면서 “시진핑이 중국의 새로운 5개년 계획 수립에 참여한다”고 전했다. 오는 2027년으로 세 번째 5년 임기가 끝나는 시진핑이 2026~2030년에 걸친 경제발전 5개년 계획 수립에 참여함으로써 2027년 이후까지도 당권을 장악하고 있을 것이라는 강력한 시사를 한 것이라는 뜻이었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제1차 경제사회 발전 5개년 계획은 마오쩌둥(毛澤東)주석이 1953년부터 실시한 계획이었다. 70여 년이 흘러 이번 4중전회에서 제14차 5개년 계획 제정을 위한 회의를 할 예정이지만, 이 계획과 별도로 ‘중국제조(Made in China) 2025’ 계획을 수립한 것은 리커창(李克强) 총리였다. 2년 전 상하이(上海)에서 사망한 리커창 전 총리는 2015년 5월 19일자로 ‘중국제조 2025에 관한 국무원 통지’를 각 성(省)과 자치구, 직할시 인민정부와 행정부 각 부로 보내면서 “성실하게 집행할 것”을 당부했다. 이 문서의 앞부분은 다음과 같은 감동적인 내용으로 시작한다.
“제조업은 국민경제의 주체요, 입국(立國)의 근본이다. 흥국(興國)의 도구이며, 강국의 바탕이다. 18세기 중엽 공업문명이 시작된 이래 세계 강국들의 흥망성쇠와 중화민족의 분투역사는 증명한다. 강대한 제조업이 없이는 국가와 민족의 강성은 없다. 국제경쟁력을 겸비한 제조업을 건설해야 나라의 종합국력이 상승할 수 있고, 국가의 안전과 세계의 강국 건설에 필수적인 길이 제조업을 건설하는 길이다. …‘중국제조 2025는 제조업 강국을 건설하기 위한 첫 번째의 10년 행동강령이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을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목표를 3단계로 나눈 ‘세 걸음(三步走) 전략’을 수립해서 제시했다.
‘제1보(第一步)’는 2020년까지 공업화의 기본을 실현하고, 2025년까지 제조업의 전반적인 소질(素質)을 대폭 제고하고, 혁신 능력을 현저히 증강하며, 노동생산율을 제고한다. 공업화와 정보화를 융합해서 새로운 단계로 나아간다. 중요한 공업단위들의 에너지 소모와 물질재료 소모, 오염물질 배출을 세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강력한 국제경쟁력을 가진 다국적 기업과 산업그룹, 글로벌 산업 분업 구조에서 중국기업들의 지위를 뚜렷하게 높인다.
‘제2보(第二步)’는 2035년까지 중국 제조업의 수준을 세계 제조업 강국 진영에서 중등수준이 되도록 한다. 혁신 능력을 대폭 제고하고, 중점 영역의 발전에서 중대한 돌파(Breakthrough)를 확보해서 제조업 전반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중국의 우세한 업종들이 글로벌한 혁신능력을 리드하도록 해서 전면적인 공업화를 실현한다.
‘제3보(第三步)’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중국이 제조업 대국의 지위를 더욱 확고하게 해서 세계제조업 강국의 앞줄에 진입한다. 제조업의 중요 영역들의 혁신능력의 경쟁력 우세를 확보해서 전 세계의 기술체계와 산업체계를 리드한다.
‘국가 행동강령’으로 분류된 ‘중국제조 2025’ 계획은 전체 구조를 ‘일이삼사오오십(一二三四五五十)’으로 설정했다. ‘一’, ‘제조업 대국’을 ‘제조업 강국’으로 변화시킨다. ‘二’, 정보화와 공업화 두 가지를 융합시킨다. ‘三’, ‘세걸음(三步走)’ 전략으로 10년씩 30년간 추진한다. ‘四’, 4개항 원칙으로, 첫째는 시장원칙이 주도하고 정부는 인도한다, 둘째는 장거리 목표를 설정한다. 셋째는 전면적으로 추진하고 중점적인 부문에서 돌파를 이룩한다, 넷째 자주적으로 발전하되 윈윈하는 협력을 추구한다. ‘오오(五五)’, 두 쌍의 5원칙으로 한 쌍은 혁신, 품질우선, 녹색 발전, 우수한 결합, 인재 중시, 다른 한 쌍은 5대 공정으로 제조업 혁신, 기초 강화, AI활용 제조, 녹색 제조와 고수준 장비 공정이다. 마지막 ‘十’은 10대 영역으로 정보기술 산업, 디지털 컨트롤과 로봇산업, 우주산업, 해양산업, 철도교통장비, 신에너지 자동차, 전력생산장비, 농기계 장비, 신재료 공학, 생물의약과 고성능 의료기술 등 10개 영역이 대상이었다.
최근 들어 ‘중국제조 2025’가 이끈 중국 제조업의 성공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영국의 권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9월 23일자에 “메이드 인 차이나 계획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도널드 트럼프는 중국이 제조업의 슈퍼파워로 떠오르는 것을 저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제조업이 전 세계 제조업의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 제조업은 미국, 독일, 일본, 한국의 제조업을 다 합친 것보다 크다”고 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 중국어 뉴스 방송은 올해 초 “메이드 인 차이나 2025는 어떻게 중국을 떠오르게 했나(「中國製造2025」如何讓中國崛起)”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에서 “중국의 AI Deep Seek가 전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가운데 드론에서 전기자동차를 포함한 과학기술 영역에서 점차로 주도자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내부 사정에 밝은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10월 2일 “메이드 인 차이나 2035로 중국은 미국의 하이테크를 누른 다음 10년 이내에 군수공업에서도 미국을 추월할까”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 SCMP는 중국과학원 원사 루융샹(路甬祥)의 논문을 인용해서 “세계의 제조업은 ‘새로운 시대(New Era)’로 진입하고 있으며, 2035년이면 중국 제조업이 미국을 초월해서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과학원 원장과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루융샹 원사는 지난해 11월 5일 발행된 ‘기계공정학보’ 제60권 21기에 “세계의 제조업은 새 시대로 진입했다, 중국 제조업은 새로운 경계를 열고 있다”는 논문을 게재했다. 루 원사는 이 논문에서 “미국은 첨단 과학기술과 첨단 군수공업 영역에서 여전히 세계를 리드하는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미국은 정보혁명에서 승리한 이후 전통제조업과 첨단제조업, 제조서비스업 분야의 글로벌 분업 네트워크에서 노동집약형 저부가가치 제조업을 발전도상 국가들에게 넘겨주었고, 미 국내에서는 첨단기술 산업의 연구개발(R/D)을 보류하고, 주식과 증권, 금융투자 등 실질이 없는 사이버 경제 발전에 집중해왔다”고 분석했다. “금융투기가 과도하다 보니 국제간 충돌과 국내 민주, 공화 양당 간 정치투쟁이 격렬해져서 미국 제조업은 실질을 벗어나 가상을 지향하는 ‘탈실향허(脫實向虛)’ 현상을 가속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루 원사는 “미국 국내 기초 산업의 설비는 노후화하고, 제조업은 젊은 세대를 흡인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미국 제조업의 위축 현상이 가속화됐다”고 분석했다.
루 원사의 논문은 “미국도 2022년 10월 미 대통령 과학기술정책실이 ‘국가 선진제조업 전략’이라는 정책을 마련하고 제조업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미국의 제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계속 떨어져서 미국 제조업의 무역적자가 확대돼왔다”고 지적했다. 20세기 1950년대 미국 자동차 제조업의 상징 도시 디트로이트는 미국 내 4대 도시의 하나로 인구가 180만명까지 늘어났으나, 2013년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이 파산 지경에 이르러 인구가 70만명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루 원사는 소개했다.
‘Made in China 2025’가 올해 마무리되고, 10년 후에 ‘Made in China 2035’가 실현되고,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수립된 1949년에서 100년이 흐른 뒤 보게 될 ‘Made in China 2049’가 이루어진 세계의 변화는 어떤 것일까. 세계은행(World Bank)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말 현재 미국의 GDP는 29.18조 달러(전 세계 GDP의 26.2%), 중국은 18.74조 달러(16.8%), EU는 19.42조 달러(17.5%), 일본 4.03조 달러(3.6%), 한국 1.71조 달러(1.5%) 정도다. 그러나 앞으로 10년이 흐른 뒤 ‘중국제조 2035’가 완성되면 이 수치는 크게 변할 가능성이 있다. 거기서 다시 14년이 흐른 뒤 ‘중국제조 2049’가 성공하면 GDP 순위가 뒤바뀌지 말란 법이 없을 것이다. 시진핑의 말대로 ‘중화민족의 부흥’이 이루어져 당(唐)제국, 청(淸)제국이 부활하기라도 해서, 국제질서가 상전벽해(桑田碧海)로 변한 뒤 한반도의 대 중국 외교전략은 과연 어떤 것이어야 할까.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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