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양'영'화] "유치한 협상드라마?" 中 한국전쟁 영화에 쏟아진 '비판'

  • 국경절 천카이거 감독 '지원군:욕혈화평' 개봉

  • 평화 염원하는 중국군 짓밟는 美 이미지 부각

  • 반미·애국심 자극 vs 항미원조 영화 '피로감'

  • 국경절 극장가 '한산'에 흥행도 사실상 '실패'

 천카이거 감독 영화 지원군욕혈화평
천카이거 감독 영화 '지원군:욕혈화평'

"역사 영화라면, 역사를 존중해야 한다."
"아이들이 말다툼하는 것도 아니고, 강대국간의 치열한 협상 기술력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유치하게 그렸다."
"선정적이고, 어색하고, 대사는 유치하고...전쟁은 그렇게 하는게 아니다."


올해 중국 국경절 연휴에 맞춰 개봉한 천카이거 감독의 항미원조 전쟁(抗美援朝,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왔다는 뜻으로 6·25 전쟁을 가리킴) 영화 3부작의 마지막 시리즈인 ‘지원군: 욕혈화평(志願軍:浴血和平)’에 쏟아진 중국 누리꾼의 비판의 목소리다.

국경절 극장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연휴 기간 박스오피스는 고작 4억5000만 위안(약 897억원)에 그쳤을 정도로 흥행성적은 3부작 중 가장 형편없었다.

1부작 ‘지원군: 웅병출격(2023년)’, 2부작 ‘지원군:존망지전(2024년)’에 이어 3부작에서는 한국 전쟁 제5차 전투 이후 정전 협정에 서명하기까지 과정을 그렸다. 

영화는 최전선에서 피 튀기는 전투를 벌임과 동시에 후방의 협상 테이블에서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는 등 군사와 외교 두 가지 측면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한다.

영화에서 장쯔펑, 쑹자, 주야원, 천페이위 등 인기 배우들이 통역관·군인 등 전쟁 속 소인물로 열연하고, 인민해방지원군 총사령관 펑더화이(왕옌후이 분), 휴전협상을 담당했던 리커눙(궈타오 분), 차오관화(왕촨쥔 분) 등 역사 속 중국 혁명 지도자들도 등장한다.

‘피로 얻은 평화’라는 뜻의 영화 제목답게 영화는 시종일관 중국인의 시각에서 평화를 추구하는 중국인의 선의가 미국이 이끄는 유엔군에 의해 어떻게 짓밟히는지를 대조적으로 보여주려고 한다. 

휴전협상을 위해 개성 판문점에 당도한 유엔군이 공산군측이 평화를 염원하며 만들어 놓은 비둘기 조형물을 짓밟는 것부터, 중립지역에서 함부로 총을 쏴서 중국군을 사살하고 협상 지역을 폭격하는 등 무례하고 파렴치한 미군을 적극 부각시켜 중국인의 반미 감정과 애국심을 자극한다. 

미군이 한국전쟁에서 생화학 무기를 배치해 세균전을 자행했다는 의혹은 역사적으로 논란의 대상임에도 마치 사실인 듯 영화는 묘사했다. 

특히 3부작은 피흘리는 전쟁을 묘사한 전작보다 당시 유엔군과 공산군측이 1년 7개월의 팽팽한 공방 속에 진행한 정전협상을 조명했다는 게 기존의 1,2부작과 다른 점이다.

유엔군 협상 대표단을 태운 지프에 백기를 달게 하고, 협상장에서 남쪽을 향해 앉는 상석을 차지하려 신경전을 벌이고, '승자가 먼저 발언한다'는 관습에 따라 앞다퉈 발언을 하고, 인사도 악수도 없이 끝난 무미건조한 휴전협정 서명까지… 영화는 당시 실제로 '유치찬란'했던 유엔군과 공산군측의 정전협상의 현장을 재현했다. 다만 영화는 시종일관 유엔군을 거만하고 무례하게 묘사한 반면, 공산군측은 정직하고 원칙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철저히 중국인의 시각에 매몰돼 있다.

그간 중국은 미·중 갈등 속 대미 항전 의지를 내비치고 내부 단결을 공고히 하려는 듯 잇달아 한국전쟁 영화를 개봉해왔으며, 천카이거 감독의 ‘지원군’ 3부작 시리즈는 그중 대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미국의 침략에 맞서 중국 지원군의 영웅 정신과 희생을 강조하며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운다는 식의 천편일률적인 스토리로 노골적으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한국전쟁 영화에 중국인들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 중국 극장가는 예상한 것보다 썰렁했다. 국경절 특수를 노린 영화 14편이 무더기로 개봉했으나, 10월1일부터 8일까지 국경절 연휴 박스오피스는 18억2000만 위안에 그쳤다. 지난해 국경절 연휴 기록한 21억 위안에도 못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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