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확산이 은행권 고용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AI 전문인력 채용이 확대되는 것은 기본이고, 가상 근로자 고용까지 현실화되며 기존 인력 구조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은행권은 AI 도입 확산에 따라 AI 전문인력 채용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세계 50개 은행의 AI 전문인력 수는 3월 기준 7만8000여명으로 전체 인력의 2%를 차지한다. 지난해 9월 대비 12.6% 증가한 수치다. BBVA(+17.6%), 캐피털원(+16.1%), JP모간(+14.9%) 등에서 관련 인력이 특히 빠르게 늘었다.
채용 계획도 AI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추세다. 싱가포르 DBS는 AI 관련 일자리 1000개 창출 계획을 발표했다. 일부 선진국 은행들은 임금 경쟁력이 있는 해외 인재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미국의 씨티즌 파이낸셜 그룹은 인도에 글로벌 역량센터를 설립하고 2026년까지 10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AI 활용은 인재 채용에 그치지 않는다. 생성형 AI를 넘어 스스로 업무를 처리하는 '에이전틱 AI'가 은행권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AI 스타트업의 에이전틱 AI 엔지니어 '데빈'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고, 씨티그룹은 4만명 개발자에게 데빈을 배포했다.
BNY멜론은 아예 오픈AI와 계약을 맺고 에이전틱 AI를 '디지털 근로자'로 고용했다. 이들은 인간 직원처럼 로그인 권한을 갖고 코딩이나 결제 지시 검증 업무를 수행하며, 향후 이메일과 메신저를 통한 동료 협업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BNY멜론 최고정보책임자(CIO)는 "6개월 내 디지털 근로자 고용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용 구조가 AI 자동화로 이동하면서 인력 감축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HSBC는 영국 사업부 8000명을 포함해 총 2만5000명 감원 계획을 밝혔고, JP모간도 운영·회계 부문 인력이 10% 줄어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시아에서는 DBS가 향후 3년간 4000명 감원을 예고했고, 홍콩 항셍은행은 3~6월 전부서·전직급에 걸쳐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AI 도입은 아직 일부 부문에 한정돼 있지만 향후 광범위한 업무 영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황원경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은행권의 AI발(發) 고용 지형 변화는 거스르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은행은 인간과 가상 직원이 협업하는 미래 근무 환경에 적합한 혁신적 조직 운영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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