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모든 법안에 '무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하기로 예고하면서 최장 69박 70일간 장기 대치가 불가피한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이 "칠십 몇 개 법안을 칠십 며칠 동안 필리버스터를 한다고 하는 것은 정말 역사 이래에 이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25일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필리버스터는 힘이 약한 야당이 반대를 통해서 시간을 끌어보려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지금은 굉장히 자주 되고 (여당) 의석수가 워낙 크고 5분의 3이면 24시간 만에 중단시킬 수 있어 큰 효과가 없다"고 이같이 말했다.
우 의장은 "야당으로서는 본인들의 이야기가 전혀 통하지 않아 오죽 답답하고, 거여가 횡포 부리니 저항하겠다는 절박한 마음은 알겠다"면서도 "칠십 며칠 동안 (필리버스터를)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들이 이걸 보겠나"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관련해 "정부조직법은 국민의 민의를 받아서 당선된 새로운 정부가 '5년 동안 국가를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기본 틀을 짜는 것"이라며 "그렇기에 야당이 주장할 건 또 주장하면서도 웬만하면 다 수용을 한다. 그게 대선에 승복하는 길이고, 대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따르는 길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정부조직법이) 합의가 안 되고 필리버스터까지 가게 된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라며 "갈등이 너무 심해진 것 같아서 국회의장으로서 참 걱정이다. 정부조직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하겠다고 하는 그 과정 자체가 좀 아쉽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또 "칠십 몇 개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하겠다 등의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라 기막힌 이야기이기는 하나 너무나 효과 없는 무능한 국회의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될까 걱정이 앞선다"고 덧붙였다.
우 의장은 전날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만나 "사법부가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발언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과거 석방된 사실과 관련해 "사법부가 국민들에게 어떤 태도를 표명했으면 이렇게까지 복잡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데 사법부는 또 사법부대로 '재판으로 말한다'는 얘기를 하는데 재판에서 지금 태도 결정이 너무 늦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으로서 사법부가 국민의 불신을 받는 지점에 대해 '결자해지를 해야 사법부가 내놓는 사법개혁안도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한 것"이라며 구체적 결자해지 방안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판단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와 관련해선 "사법부 수장이 국회에 나와서 청문회 대상이 됐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우 의장은 이번에는 개헌의 '첫 삽'을 뜰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개헌 논의가 38년째 공전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권력구조, 국민 삶을 정리하는 기본권 문제, 지방분권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있다. 모든 걸 다 넣으려 하다 보니 너무 힘들고 갈등도 커지고 반대하는 세력도 많아지는 것"이라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때 그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에는 대통령 의지도 강하고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정당이 지난 대선에서 개헌을 약속했고 국민적 여론도 굉장히 높으니 합의한 만큼만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며 "그렇다면 개헌에 반대할 이유가 없고, 이번에는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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