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으로 이전한 공기업·공공기관들에선 흔히 지역 근무 기피 현상이 많습니다. 서울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데, 지방에 내려가길 꺼리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내부 지원도 받고, 무작위 추첨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방근무 선호도 높은 곳이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입니다. 어찌된 사연일까요.
한국거래소는 원래 서울 여의도에 본사를 뒀습니다. 그러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금융공기업 지방 이전 정책에 따라 부산으로 본사를 옮겼습니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일정 기간 서울에 근무하면 2년간 부산 본사로 로테이션 근무를 하는 내부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매년 11월 경 서울사무소에서 지원을 받아 이듬해 1~2월 정기인사 때 부산 근무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불과 4년 전까지도 거래소 직원들은 부산 근무를 기피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2~3년 전부터 부산 근무를 지원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부산 본사 내 수용 인원보다 많은 지원자가 몰려 막상 지원해도 못 내려가는 직원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지난해 9월 한국거래소 미래사업본부가 부산 본사에 신설된 영향입니다. 현재 부산 본사에는 미래사업본부, 경영지원본부, 파생상품시장본부, 청산결제본부, 감사부 등이 있고, 서울사무소에는 유가증권시장본부, 코스닥시장본부, 시장감시본부 등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최근 신설된 미래사업본부는 인덱스 및 데이터 사업 등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하는 부서로 내부 젊은 직원들의 선호도가 높습니다. 또한 부산 본사에 있는 파생상품시장본부와 청산결제본부도 금융공학 관련 '덕후'들이 주로 몰리는 부서라고 합니다.
입사 초 부산 로테이션 근무에 지원했다가 탈락했다는 한 거래소 직원은 "젊을 때 부산 근무를 하면 서울 근무 대비 돈 모으기도 쉽고 동기들끼리 여행도 자주 갈 수 있다"며 "특히 가정을 꾸리기 전에 필수 2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에 지원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부산 고정 근무 지원 이후에도 자녀의 학군지 고민으로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동료들 가운데는 부산 근무를 이어가다 아이들이 중고등학교 때는 대치, 목동 등 학군지로 올라왔다가 다시 부산에 가는 경우도 봤다"고 귀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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