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등록되지 않은 해외 특허권 사용료에도 과세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30년 넘게 이어져온 판례가 뒤집혔다. 이번 판결로만 최소 4조원 이상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국세청은 “국부 유출을 막는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국세청은 국내 기업이 미국 기업에 특허 사용료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해당 특허가 한국에 등록되지 않았더라도 이를 국내원천소득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냈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1992년 이후 유지되던 기존 판례가 바뀐 것이다.
그간 법원은 특허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국내 미등록 특허는 한국에서의 ‘사용’을 상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과세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특허가 국내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실제 국내 제조 과정에서 사용됐다면 사용지국인 한국에서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법인세법' 개정 취지와 한·미 조세조약 해석에 대한 국세청의 논리를 법원이 받아들인 결과다. 국세청은 미등록특허 TF를 구성해 국제조세 전문가와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 등을 선임, 조세조약 체결 당시 국회 비준 자료와 미국의 과세 사례 등을 근거로 대응해왔다.
국세청은 현재 불복 중인 관련 세액만 4조원을 넘으며 이번 판례 변경이 없었다면 해당 금액은 모두 해외로 빠져나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 기업들의 특허 사용료 지급이 이어지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수십조 원대 세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국부 유출을 막고 국가 재정을 지키는 중대한 판결”이라며 “국가 재원 마련을 위해 정당한 과세 처분을 끝까지 유지하고 국내 과세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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