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취임하면서 금융정책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빚 탕감 프로그램인 배드뱅크를 비롯해 국민성장펀드, 보이스피싱 등 주요 금융 현안을 구체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취임 직후에는 금융지주사 회장과 상견례를 하고 국민성장펀드 투자,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곧바로 주요 금융 현안 해결에 나설 계획이다. 이 위원장의 첫 행보는 금융지주사 회동이다. 김병환 전 위원장이 취임한 지 2개월 만에 금융지주사 회장과 만난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안정화는 수요 통제가 관건", "생산적 금융의 대전환이 우리의 과제"라고 수차례 강조해 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가 최근 국가 경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어 금융지주 회장에 관리 강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100조원에서 150조원으로 키운 국민성장펀드 참여도 이끌어내야 한다. 금융권은 5년간 25조원 이상 출자하는 등 상당 부분 부담을 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새 정부 출범 후 동력이 떨어진 배드뱅크 설립도 서둘러 마무리해야 한다. 금융위는 당초 이달 중 금융권별 협약 체결을 마치고 10월부터 장기 연체채권 매입을 개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배드뱅크 운영 재원(분담비율)과 연체채권 매입가율에 대한 금융당국-금융권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생산적 금융 명목 아래 내놓은 금융 지원을 두고 금융당국과 업권별 엇갈린 의견도 수렴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보이스피싱 보상 범위에 대한 금융권 불만이 나오자 금융위는 로맨스스캠, 투자사기 등을 제외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금융 지원 방식을 정하는 것도 그의 중책으로 지목된다. 현재 채권금융기관 간 협약을 맺어 석유화학 기업들의 자금 수요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험가중자산(RWA) 조정 여부도 관심사다. 금융위는 기업대출, 벤처기업 투자 등 위험가중치를 낮춰 은행권의 생산적 금융 전환을 유도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이 위원장이 금융권 전반적인 사안을 접목시키며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 RWA 조정안을 공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 정책 외에는 조직간 화합이 이 위원장의 가장 큰 고심거리가 될 전망이다. 금융위의 핵심 기능인 국내 금융정책이 재정경제부로 넘어가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두고 내부에서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 위원장은 전 직원 대상 정례 간담회를 열고 세종 이동 인원 등 설득 작업에 나서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합의되지 못한 현안이 늘어나며 피로도가 쌓여 갔다"며 "이 위원장 취임으로 논의, 허가 과정에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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