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집값 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과 하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 차이가 12배 이상으로 벌어지는 등 경기 침체에 집값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공급 우려 속 수요자들이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몰리고 있는 모습이다. 6·27 대책 이후 대출 규제 여파가 적은 수요자들이 강남권 등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8월 전국 5분위(상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4억114만원을 기록하며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14억원을 돌파했다. 반면, 1분위(하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억1535만원으로 여전히 1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상위 20% 평균 가격을 하위 20% 평균 가격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12.1을 기록해 해당 통계를 집계한 2008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5분위 배율은 집값 격차를 보여주는 지표다.
5분위 배율은 지난 부동산 활황기 막바지였던 2022년 2월 처음으로 10배를 넘었다. 이후 한동안 주춤하다가 지난해 하반기(7~12월) 들어 다시 확대되기 시작해 12월에는 11배를 기록했다. 올해는 더욱 가파르게 확대되면서 지난 7월 처음으로 12배를 기록하더니 8월엔 더 벌어졌다.
집값 양극화 지표인 5분위 배율이 다시 확대되고 있는 것은 부동산 시장이 '똘똘한 한 채'로 재편되면서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의 집값 격차가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KB부동산 조사 결과, 전국 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올해 1월 12억8483만원에서 지난달 14억114만원으로 1억1631만원(9.05%) 올랐지만, 하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같은 기간 1억1620만원에서 1억1535만원으로 85만원(0.73%) 내렸다.
정부가 지방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세제지원·미분양 매입 등을 포함한 '지방 중심 건설투자보강방안'을 지난 8월 발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미분양 적체가 계속되는 등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집값이 오를 것이란 전망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서울만 우세하다. KB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를 보면, 8월 기준 서울은 102.6으로 나타났다. 매매가격 전망은 기준점인 100을 넘기면 '상승 전망' 비중이 더 많다는 의미다.
개별 단지로 보면 집값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전용면적 84㎡ 기준 전국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단지는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래미안 원베일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는 지난 6월 72억원에 손바뀜했다. 지난 1월 같은 평형대가 55억원에 거래됐는데 약 6개월만에 17억원이 오른 셈이다.
반면 경북 김천시 부곡동에 있는 '신한양' 전용 82㎡는 지난 4월 3000만원에 직거래 돼 올해 들어 전국에서 가장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단순 계산으로만 보면 래미안 원베일리 1가구를 팔면 신한양 102가구를 넘게 살 수 있는 셈이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은 "고강도 대출 규제가 시행되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만큼 대출 의존도가 낮은 곳은 가격이 뛰고 높은 곳은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대책의 방향 전환이 없으면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약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분양분석 전문회사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7월 서울 아파트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88.2대1을 기록했다. 지난 6월 대비 소폭 하락한 수치다.
다만 지방은 더욱 심각하다. 광주, 전남, 경남, 경북 등의 지역은 평균 경쟁률이 2대 1 이하로 집계됐다. 충남 아산 '신창1차광신프로그레스'는 450가구 모집에 단 3명만 청약 신청했고 강원도 '춘천동문디이스트어반포레'는 0.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집값 양극화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수도권 주택공급 부족 우려와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주택 수요가 많은 주요 입지에는 매수세가 유지되면서 이러한 현상이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입주 물량 부족,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맞물리면서 잠재적 매수 대기 수요가 여전히 높은 상태"라며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어 당분간은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과 지방 아파트간 양극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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