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의 평당(3.3㎡) 공사비가 사실상 1100만원으로 굳어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 고급화 전략 등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최근 4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오른 모습이다. 공사비만 급격히 뛰면서 건설업계의 사업성 악화만 아니라 조합원 분담금과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가운데 주요 단지의 평당 공사비가 1100만원이 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성수2지구 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내는 등 재개발 속도를 내고 있다. 성수2지구는 서울 성동구 일대 13만1980㎡ 부지에 최고 65층, 2359가구를 건립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총사업비 규모는 1조7864억원으로 평당 공사비는 1160만원이다.
성수1지구도 평당 공사비를 1132만원으로 입찰공고를 내면서 두 구역 모두 1100만원대 공사비를 제시한 모습이다. 압구정2구역 또한 공사비는 1150만원으로 책정됐고 최근 시공사 입찰을 받은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1120만원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는 1000만원 미만의 공사비는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거환경연구원이 지난해 시공사 선정에 나섰던 전국 정비사업장 중 공사비가 공개된 65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4년 서울 정비사업장 평균 공사비는 3.3㎡당 842만7000원에 불과했다. 2023년엔 750만원을 기록했다. 2021년의 평당 공사비는 평균 578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4년이 지난 현재 일부 정비사업 평당 공사비가 평균 대비 급증한 셈이다.
같은 기간 동안 건설 원자재 가격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국제 시세 변동에 따라 상승세를 이어왔다. 인건비 역시 인력난과 최저임금 인상 흐름이 맞물리며 꾸준히 올라 공사비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고급 외장재와 특화 설계가 도입되는 등 고급화 전략이 확산된 점도 비용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건설 공사 직접비의 물가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인 건설공사비지수는 2023년 127에 머물렀지만 올해 6월 131.04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는 원가 상승분을 분양가에 반영하기 어려워 조합과 건설사 모두 부담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분상제는 현재 공공택지와 규제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등) 민간택지 내 분양 아파트에 적용 중이다.
특히 건설사는 높은 원가율로 사업성이 낮아진 상태에서 공사를 해야 하는 상황으로 정비사업 입찰 참여 의지가 갈수록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주요 정비사업이 아니면 정비사업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전혀 없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공급 확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흐름 속에 평당 공사비 '1200만원 시대' 진입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성수, 여의도 등 핵심 지역에서 이미 1100만원대를 넘어섰고, 향후 추가 인상 요인이 발생하면 평당 공사비가 1200만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사비가 계속 증가하면 건설사는 높아진 가격으로 인해 사업 확장이 부담스럽고 조합도 추가 분담금 우려가 생긴다. 결국 양측의 사업 의지가 꺾일 수 있는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산재 등이 리스크가 되면서 평당 공사비 1200만원도 충분히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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