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 조직개편이 확정되면서 젊은 직원을 중심으로 "사실상 취업사기"라며 반발 목소리가 거세다. 예기치 못한 정부 방침에 세종으로 내려가는 금융위원회 직원과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금융감독원 직원 모두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검은 옷 입고 시위···취업사기 주장도
금감원 노동조합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원 정문 로비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 반대 시위'를 열었다. 검은 옷을 맞춰 입은 직원 700여 명은 '공공기관 지정 철회하라' '금소원 분리 철회하라'는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전날 노조가 조직개편안에 반대하기 위한 시위를 열겠다고 밝히자 금감원 전체 직원 중 30%가 참석한 것이다.
정보섭 금감원 노조위원장 직무대행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역행하는 금소원 분리는 철회돼야 한다"며 "감독기구 독립성을 침해하는 공공기관 지정 역시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이날 오후 이찬진 금감원장이 참석하는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관련 전 금융권 간담회'에서도 10분간 피켓을 들고 묵언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금감원으로 입사한 직원들은 한순간에 소속이 금소원으로 바뀌면 사실상 '취업 사기'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금소원은 업무 강도가 높은 '소비자 민원 업무'를 주로 다룰 것으로 예상돼 직원들 불만이 더 크다. 금소원 역할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가운데 일부 직원들은 소비자 불만을 접수해 처리하는 정도라면 사실상 '콜센터'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에 근무하는 변호사, 회계사, 보험계리사 등 전문인력들도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이들은 공공기관 지정으로 인사·보수 체계가 경직되면 경쟁력이 떨어져 민간 금융사나 로펌, 회계법인으로 이탈할 요인이 커진다고 주장한다.
금융위 상황도 비슷하다. 조직 해체와 세종 이전으로 인한 인사·여건 변화에 내부 동요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특히 젊은 직원들은 서울 근무 이점이 사라지고 고위 공무원 숫자만 늘어나 자신들 피해가 크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제 막 공직 생활에 입문한 사무관들은 로스쿨 진학이나 부처 이동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연말 연초 대규모 이사···청사도 연쇄 이동
금융당국을 포함한 대규모 조직개편으로 이들이 근무하는 청사도 연쇄 이동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세종청사 5동에 위치한 해양수산부는 연내 부산 동구로 이사해 임시청사로 사용할 예정이다.
해수부 자리는 현재 세종청사 중앙동 5층을 사용 중인 예산실이 기획예산처 신설에 따라 이전하고, 재정경제부로 이전하는 금융위 직원이 중앙동 5층을 채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중앙동 4~9층을 사용 중이어서 금융위가 중앙동으로 이전하는 것이 재경부 개편 이후 부처 간 소통과 업무 효율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금감원·금소원 관리·감독을 주업무로 맡게 되는 금융감독위원회는 기존 정부서울청사를 이용한다. 재경부로 이동하는 자리는 다른 부처들이 공간을 나눠 활용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금감원·금소원 공간 부족 문제가 있지만 부처가 아닌 공공기관인 만큼 청사 입주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
금감원·금소원은 금감원 여의도 본원에 그대로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인력이 재배치되는 과정에서 일부 자리 이동이 있을 수 있다. 금감원은 본원 외에도 서울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과 FKI타워 등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다만 이제 막 조직개편을 발표했고 아직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오르지도 않은 상황이어서 정확한 청사 이전 계획은 연말은 돼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새 조직개편을 내년 1월 2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 이사는 일러도 올 12월, 상황에 따라 내년 1월까지 부처별, 실·국별로 연쇄 이동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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