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창사 88년 만에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을 폐쇄하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글로벌 수요 둔화와 전기차 전환 부담, 관세 비용이 겹치며 현금흐름 압박이 현실화됐다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폭스바겐이 16일부터 독일 드레스덴 공장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보도했다. 2002년 설립된 드레스덴 공장은 누적 생산량이 20만 대를 밑도는 소규모 시설로, 폭스바겐 핵심 생산기지인 볼프스부르크 공장의 연간 생산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물량이다.
드레스덴 공장은 폭스바겐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쇼케이스' 성격으로 출발해 고급 세단 페이톤을 조립했으며 2016년 페이톤 단종 이후에는 전기차 ID.3를 생산해왔다. 이번 드레스덴 공장 폐쇄는 지난해 10월 노사가 합의한 독일 내 생산능력 감축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사측은 임금을 5% 인상하되 인상분을 회사 기금으로 적립해 비용 절감에 활용하고 휴가수당 축소와 일부 상여금 폐지를 노조와 합의했다. 앞서 회사는 수요 감소로 생산 과잉 상태에 놓여 있다며 ▲독일 공장 10곳 중 최소 3곳 폐쇄 ▲인력 감축 ▲임금 10% 일괄 삭감 등의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최근 토마스 셰퍼 폭스바겐 브랜드 최고경영자(CEO)는 드레스덴 공장 폐쇄와 관련해 가볍게 내린 결정이 아니라며 "경제적 관점에서 필수적인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폐쇄되는 공장 부지는 드레스덴 공과대에 임대돼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반도체 개발을 위한 연구 캠퍼스로 전환된다. 폭스바겐은 향후 7년간 이 프로젝트에 5000만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
실적 약화도 구조조정을 재촉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은 올해 3분기(7~9월) 10억7000만유로(약 1조8448억원)의 세후 순손실을 기록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초반 2020년 2분기 이후 5년여 만에 처음으로 분기 적자에 빠졌다. 매출은 전년 대비 2.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3.6%에서 -1.6%로 급락했다.
전기차 비중 확대에 따른 낮은 마진, 미국의 관세 부담, 포르쉐의 전기차 전략 수정에 따른 추가 비용이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포르쉐는 배터리 자회사 청산 등으로 3분기 9억7000만유로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그룹 전체 기준으로 올해 포르쉐 관련 추가 비용은 47억유로에 달했다.
아르노 안틀리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러한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영업이익률은 5.4%"라면서도 연간 최대 50억유로의 관세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선 현금 흐름에 부담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증권사 번스타인의 스비튼 라이트먼 애널리스트는 "2026년 현금 흐름에 압박이 있을 것"이라며 내연기관차 수명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추가적인 신규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폭스바겐이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유니온 인베스트먼트의 모리츠 크로넨베르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폭스바겐이 투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부 프로젝트를 투자 계획에서 제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폭스바겐은 총 1600억유로로 설정한 향후 5개년 투자 예산의 재배분을 놓고 고심 중이라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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