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사태, 트럼프 경제정책과 이민정책 충돌로 발생한 결과"

  • 더힐 "행정부가 스스로의 목표에 걸려 넘어져"

  • 전문가 "美, 제조업·투자 유치 외치면서도 인력 유입 절차 조율 전무"

미국 이민당국이 공개한 현대차-LG엔솔 이민단속 현장 사진ICE 홈페이지
미국 이민당국이 공개한 현대차·LG엔솔 이민단속 현장. [사진=ICE 홈페이지]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구금된 사건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핵심 역점 사업들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8일(현지시간) ‘트럼프의 경제정책들, 조지아 현대 공장서 충돌’ 제하의 기사에서 전문가 진단을 인용해 백악관이 자국 내 생산 확대와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는 동시에 외국 기업의 대미 투자를 유치하려 노력해왔지만, 배터리 공장 단속은 일부 정책 전문가들의 눈에는 행정부가 스스로의 목표에 걸려 넘어진 것처럼 비쳤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정책은 그간 주로 남부 멕시코 국경 단속에 집중돼왔고, 또 다른 역점 사업인 무역정책과는 별개로 추진돼왔다. 이번 단속은 두 정책이 현장에서 충돌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이 더힐의 분석이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더힐에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고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외국 기업을 유치하면서도, 공장 가동에 필요한 노동자들이 합법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문제에 대해 조율이 전혀 없었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
 
더힐은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투자, SK온과 삼성SDI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등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현황을 언급하며 이번 단속으로 한국의 경제계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국은 이미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통해 3500억 달러(약 487조원)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약속한 상태지만 이번 사태로 재계의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힐은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이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말문이 막히고 화가 난다. 미국에 돈을 쓰고 있는 우리가 갑자기 뺨을 맞았다”고 토로한 발언도 함께 소개했다.
 
이번 사태는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 전반에도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기업연구소(AEI)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이민 단속으로 올해 미국 내 체류 인구가 약 20만5000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이미 노동시장 지표에 반영되기 시작했으며 장기적으로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은 8월 일자리 증가가 2만2000개에 그치며 최근 3개월 평균 신규 고용도 2만9000개로 줄었다. 실업률은 4.2%에서 4.3%로 상승했다.
 
제조업 고용은 6월 이후 석 달 연속 감소세다. 6월 1만7000개, 7월 2000개, 8월 1만2000개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지난해부터 제조업 고용이 4만개 감소하며 장기적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행정부가 내세운 제조업 부흥 기조와는 대조적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민자 감소가 연준의 기준금리 정책 판단 기준인 ‘완전고용’의 정의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경제학자 웬디 에델버그 등은 AEI에 기고한 글에서 “노동 시장이 ‘완전고용’ 수준에서 지속 가능하게 운영될 때의 잠재적 고용 증가율은 2025년 하반기에 한 달에 1만개에서 4만개 사이 수준에 그칠 수 있으며 트럼프 임기 후반에는 마이너스로 전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힐은 이번 이민 단속이 정책 환경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불러왔다며 이는 트럼프의 새로운 관세 제도가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제기해온 불만과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앤드루 여 연구원은 “이처럼 수많은 도전과 장애물 속에서 미국 내에서 사업이 얼마나 잘 성장할 수 있을지 예측하는 게 매우 어렵다”며 “이 점은 한국 기업들이 반드시 고민하게 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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