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글로벌 K-푸드 열풍 이어가려면

조현미
조현미 산업2부 차장

0.9%. 정부가 최근 발표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다.

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을 보면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 대비 0.9% 그칠 전망이다. 2.0% 성장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1.1%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연초인 지난 1월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성장률(1.8%)과 비교하면 딱 절반이다.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역성장했던 2020년(-0.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우리 경제를 이끄는 매우 중요한 축인 수출 전망이 밝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은 1년 전보다 8.1% 늘며 역대 최대인 6838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0.2% 증가에 머물 전망이다. 이 역시 지난 1월엔 1.5%로 내다봤지만 7개월 만에 0.2%로 뚝 떨어졌다.

전 세계 최대 식품 시장인 미국에서 승승장구했던 K-푸드는 이미 성장세가 꺾였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 통계를 보면 지난 7월 라면·과자 등 가공식품을 포함한 농식품 대미(對美) 수출 규모는 1억39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쪼그라들었다. 한국 농식품의 미국 수출액이 감소한 건 2023년 5월 이후 2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무엇보다 K-푸드 성장을 선도하던 라면 수출액이 감소한 게 뼈아프다. 지난달 K-라면 대미 수출액은 1400만 달러로 1년 사이 17.8% 줄었다. 올해 상반기 라면 수출액이 40.8% 급증한 것과 대조적이다. 과자류의 지난 7월 대미 수출 규모도 25.9% 감소했다.

앞으로도 문제다. 미국으로 향하는 K-푸드는 국내 생산 물량이 많아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를 피할 수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그간 무관세였던 제품들이 이달 초부터 15% 부담을 새로 지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지는 것이다.

최근 미국 소비자들은 경기 침체 우려에 지갑을 닫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가 지난 15일 발표한 8월 미 소비자심리지수는 58.6으로 전월 61.7보다 3.1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한 건 지난 4월 이후 4개월 만이다. 미시간대가 매월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미국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경기와 소비 의향을 보여주는 지표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소비자들이 경기가 좋다고 느끼며 지출을 늘리고, 낮으면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한다.

이 같은 소비심리 악화는 K-푸드에 이중고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달 초 나온 미국 AP-NORC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설문 응답자 중 57.0%는 '식료품비 지출'이 주된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잇달아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책 자금 지원으로 수출 기업 부담을 낮추고 위험 요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기적인 정책 지원은 한계가 분명하다. 소비심리 위축과 자국 우선주의의 파고는 그보다 훨씬 거세기 때문이다.

현지화 전략과 제품 경쟁력 강화로 K-푸드 열풍이 지속 가능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자국 우선주의 확대로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을 흡수할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현 위기를 적절하게 극복하지 못한다면 K-푸드의 인기는 '반짝 열풍'으로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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