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호찌민시가 교통 체증 해소를 위해 버스에 우선권을 주는 정책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차량 증가로 교통 인프라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버스를 시민이 선호하는 핵심 교통수단으로 만들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1일(현지시각) 베트남 매체 뚜오이쩨에 따르면 호찌민시 당국은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해 신형 버스를 도입했지만, 버스 이용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드러났다. 버스는 출퇴근 시간대마다 오토바이 행렬 사이를 뚫고 움직여 정류장 진입과 출발 과정에서 충돌 위험까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승객들은 급정거로 인한 불편을 겪고 버스의 시간 준수율은 떨어지고 있다.
호찌민시는 과거 쩐흥다오 거리에서 전용차로를 시범 운영했으나 폐지된 바 있다. 보 티 사우와 디엔 비엔 푸 거리 전용차로 계획도 수년째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교통 밀도가 높고 도로 폭이 좁다는 현실적 한계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용차로 시행이 늦어질수록 도입은 더 어려워지고 대중교통 발전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한다.
도시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용차로나 우선차로를 우선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보 응우엔 잡과 쯔엉 찐 등 대로에는 전용차로를 설치하고 응우엔 티 민 카이와 하이 바 쯩 등 최소 4차선 이상 도로에는 버스 우선차로를 적용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우선차로는 일반 차량도 진입할 수 있지만 버스가 접근할 경우 반드시 양보해야 한다. 긴급차량과의 공유도 가능해 도로 자원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신규 도로와 고가도로 건설 시점부터 전용차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동시에 버스 정류장 주변 보도 정비와 녹지 조성, 청소 차량 투입으로 보행 환경 개선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는 시민 안전 확보와 도심 미관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세계 주요 도시는 이미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싱가포르는 전용 및 우선차로 150㎞ 이상, 서울은 210㎞ 이상, 베이징은 300㎞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브라질 쿠리치바는 50년 전부터 전용차로 모델을 도입해 현재 도시 인구의 약 75%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버스 요금 체계의 디지털 전환도 필요하다. 주간·월간 정기권과 함께 90분 동안 최소 2~3회 환승 가능한 단일 승차권을 도입하면 환승 불편을 줄일 수 있다. 나아가 메트로, 버스, 공공자전거, 쇼핑, 식사 등을 하나의 애플리케이션과 카드로 연결하는 통합 결제 시스템은 스마트 도시 개발의 기반이 될 수 있다.
한편, 호찌민시는 에어컨과 와이파이를 갖춘 신형 버스를 도입하고 도시철도(메트로) 1호선을 개통했고 2호선 착공도 준비 중이다. 이 같은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 진행 중인 지금은 버스 활성화와 사설 차량 통제를 아우르는 종합 대중교통 발전 계획을 실행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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