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연방 하원의원 선거구 조정을 둘러싼 공화·민주 양당 간 갈등이 점점 더 확산하고 있다. 공화당이 장악한 텍사스에서 공화 의석을 5석 더 늘릴 수 있는 조정안이 통과를 앞둔 가운데, 민주당 우세 지역인 캘리포니아에서도 맞불 성격의 법안이 추진되자 공화당이 법원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캘리포니아 주의원들은 민민주당이 발의한 선거구 조정 법안의 입법 절차를 중단시켜 달라는 긴급 청원을 주(州) 대법원에 제출했다.
공화당 측은 주 헌법상 새 법안은 최소 30일간의 검토 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의회가 오는 9월 18일 이전에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법안 번호가 부여되고 초안이 마련된 시점을 기준으로 검토 기간을 계산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주 의회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민주당은 오는 21일 법안을 처리해 11월 4일 특별선거에서 주민투표에 부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개빈 뉴섬 주지사도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 바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선거관리 당국의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이번 주 안에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텍사스는 주의회가 직접 구역 획정 권한을 갖고 있지만, 캘리포니아는 독립위원회에 권한이 주어져 있어 이를 우회하려면 주 의회를 거친 뒤 주민투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더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다.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의 선거구 조정안에 대해 “이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해 독립적인 위원회가 수개월에 걸쳐 투명하게 절차를 감독하는 대신, 주의회가 비밀리에 일방적으로 작성한 지도에 대해 찬반만을 묻는 투표가 유권자들에게 제시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앞서 텍사스는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에서 의석 5석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해왔으며, 민주당 의원들이 2주간 표결을 보이콧하다 전날 복귀하면서 법안 통과가 임박한 상황이다.
미국에서 주별 선거구 조정은 통상 인구조사 결과에 따라 10년에 한 번씩 이뤄지지만, 텍사스의 이번 조정은 2021년 이후 불과 4년 만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추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에서 선거구 조정을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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