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이 올 상반기 4000억원대 흑자를 기록하면서 빅테크를 겨냥한 대미 반도체 투자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음 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주요 의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커졌다. 빅테크를 고객사로 확보하며 선단·성숙공정 모두 가동률이 상승, 파운드리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19일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파운드리 법인 삼성오스틴반도체(SAS)의 상반기 매출은 2조2968억원, 영업이익은 423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각각 5.6%, 65.3% 늘었다. 매출을 유지한 상황에서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은 14나노 성숙공정에서 다양한 통신용 반도체를 양산하며 가동률을 끌어올린 것에 따른 성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애플이 지난 6일(현지시간) 삼성 오스틴팹에서 혁신적인 새로운 칩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오스틴팹 가동률과 영업이익 향상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커졌다. 애플이 이번에 양산하는 구체적인 제품과 물량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선 오스틴팹에서 내년 출시 예정인 아이폰18에 탑재할 차세대 광각 이미지 센서를 만들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는 기세를 몰아 미국 내 2나노 선단공정 구축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3조6000억원)를 투자해 2026년 완공을 목표로 2나노 공정을 구축하고 있다. 완공될 경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포함한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 대만 TSMC와 정면승부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테일러팹 역시 테슬라가 차세대 AI·자율주행칩 AI6의 2027년 양산을 위해 22조7648억원(165억달러)어치 물량 생산을 예약해 둔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한미정상회담과 이달 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미국 출장을 계기로 빅테크의 삼성 테일러팹 선호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TSMC의 3나노 애리조나팹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관세를 피하면서 최신 AI칩을 양산할 수 있는 유이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르면 이달 말 정상회담을 전후해서 관련 발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미국 내 파운드리 가동률이 상승하고 선단공정에 적용한 EUV(극자외선)·GAA(게이트올어레이) 기술 성숙도가 올라가면서 그동안 분기별로 조 단위 적자를 내며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파운드리 사업의 실적 턴어라운드 가능성도 커졌다. 테일러팹으로 2나노 AI칩의 수율·발열·성능 등을 검증받음으로써 장기적으로 빅테크가 미국향 AI칩과 AP(모바일 처리장치)는 테일러팹에서 양산하고, 글로벌향 제품은 평택팹에서 만드는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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