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제80주년 광복절을 맞아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대북 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신뢰를 회복하고 단절된 대화를 복원하는 길에 북측이 화답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경축사를 통해 "분단으로 지속된 남북 대결은 우리 삶을 위협하고, 경제 발전을 제약하고, 나라 미래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다"며 "낡은 냉전적 사고와 대결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한반도의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할 때"라고 이같이 밝혔다.
이어 "광복 80주년인 올해가 대립과 적대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한반도 새 시대를 함께 열어갈 적기"라며 "국민주권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전단 살포 중단,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해왔다.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실질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일관되게 취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남과 북은 원수가 아니다.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인정하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의 특수 관계라고 우리는 정의했다"며 "남북 기본 합의서에 담긴 이 정신은 6·15 공동 선언, 10·4 선언, 판문점 선언, 9·19 공동 선언에 이르기까지 남북 간 합의를 관통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가능한 사안은 바로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 합의를 선제적, 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도 재차 밝혔다. 이 대통령은 "평화로운 한반도는 '핵 없는 한반도'이며 주변국과 우호적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한반도"라며 "비핵화는 단기에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어려운 과제이지만 남북, 미북 대화와 국제 사회 협력을 통해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며 국제 사회의 지지와 공감대를 넓혀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독립 운동가를 기리고 유공자를 예우하는 보훈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지난 80년 간 눈부신 성취를 이뤘다"며 "이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닌, 스스로를 불사른 수 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일궈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랑스러운 항일 투쟁의 역사를 기리고 독립 유공자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며 "독립 투쟁의 역사를 부정하고 독립 운동가들을 모욕하는 행위는 더는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를 향해서도 "양국은 오랫동안 굴곡진 역사를 공유해 왔기에 일본과 관계를 정립하는 문제는 늘 중요한 과제"라며 "과거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국익 중심 실용 외교의 원칙으로 셔틀 외교를 통해 자주 만나고 대화하면서 일본과 미래 지향적인 상생 협력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정치권에는 "그동안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은 분단을 빌미 삼아 끝없이 국민을 편 가르며 분열시켰다"며 "이제 정치 문화를 바꿔야 한다. 낡은 이념과 진영에 기초한 분열에서 탈피해 대화와 양보에 기초한 연대와 상생의 정치를 함께 만들어갈 것을 거듭 제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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