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울산시장 선거 개입·하명수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2020년 1월 1심이 시작된 지 약 5년 7개월 만이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4일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송 전 시장, 황 의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문모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 대한 상고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건은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송 전 시장의 당선을 위해 경쟁 후보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수사를 경찰에 청탁·지시했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송 전 시장은 공공병원 설립 공약 추진 과정에서 청와대의 지원을 받았다는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송 전 시장에게 징역 3년, 황 의원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 문 전 행정관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올해 2월 “송 전 시장이 황 의원에게 수사를 청탁했다는 직접적 증거가 없고, 정황만으로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크게 갈린 쟁점은 ‘송 전 시장이 당시 울산경찰청장인 황 의원에게 김 전 시장 관련 수사를 청탁했는가’ 여부였다. 1심은 간접 정황들을 종합해 청탁 사실을 인정했지만, 2심은 직접 증거가 없고 정황만으로는 유죄를 확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형사사건에서 선거 개입이나 직권남용의 성립에는 행위자의 구체적 행위와 인과관계가 특정돼야 한다”며 2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하며, 형사사건에서 행위자의 ‘의사’와 ‘행위’가 특정돼야만 공직선거법상 선거개입죄가 성립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을 입증하려면 구체적 행위와 인과관계가 명확해야지 단순한 정책 지원이나 인사 접촉 수준의 행위만으로는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이나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권한을 행사한 주체가 구체적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결과가 입증돼야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청와대나 경찰의 활동이 그 범위를 넘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검찰 입장에서는 정황 증거만으로 사건을 기소하는 전략이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커졌다. 유사한 ‘하명수사’ 의혹이나 선거개입 사건에서 입증 책임이 더 무거워지고, 수사 초기 단계에서 직접 증거 확보가 필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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