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에서 거래되는 ETF 개수가 1000개를 넘어서면서 자산운용사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투자자 눈길을 끌만큼 투자 매력이 높으면서 독창적인 상품을 만들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ETF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덱스(지수) 사업자와의 협업을 통해 ETF의 기초지수부터 새롭게 개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자산운용은 이날 WON K-글로벌수급상위 ETF를 상장했다. 해당 상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강도가 높은 종목에 집중투자할 수 있는 패시브 ETF로 고안됐다.
특정 수급주체의 매수 성향을 반영한 ETF로 국내 투자자의 순매수 강도가 높은 해외 주식시장 종목에 투자하는 KODEX 미국서학개미,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 등이 기존에 인기를 끈 바 있으나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종목 순매수세를 반영한 ETF는 처음이다.
해당 ETF를 개발하기 위해 우리자산운용은 지수 사업자인 '딥서치'의 데이터 분석 툴을 활용해 기초지수를 설계했다. 최홍석 우리자산운용 ETF 운용실장은 "액티브가 아닌 패시브 ETF인 만큼 정교하고 효과적인 방법론을 구현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에 강점이 있는 딥서치와 협업했다"고 전했다.
기초지수는 KRX300 구성 종목 중 실적 성장이 예상되는 상위 종목 100개를 선정하고, 이 가운데 시가총액 비율을 기준으로 중단기 외국인 순매수 강도가 높은 종목 10개를 다시 선별해 구성됐다. 또 딥서치의 AI 뉴스 분석을 통해 부정 이슈가 있는 종목은 사전 필터링했다.
이전에는 ETF들이 기존에 나와있는 기초지수를 주로 활용했다면 최근에는 자산운용사가 스스로 고안한 ETF를 구현하기 위해 기초지수 설계 단계에서부터 지수 사업자와의 협업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22일 상장한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IWOOM 미국테크100월간목표헤지액티브 역시 기초지수를 새로 설계하는 것을 택했다. 국내 최초 프로텍티브풋 전략을 활용한 ETF로, 헤지를 통해 투자종목의 수익률을 추종하면서도 하락시 손실을 막아주는 구조를 기초지수에 남아냈다.
해당 ETF의 기초지수를 제공하는 회사는 아크로스테크놀로지다. 키움자산운용은 "국내 지수 사업자 중 옵션 전략 기반 상품이나 전략형 상품을 개발하는 기술력 측면에서 아르코스테크놀로지가 우수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ETF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베끼기 관행'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은 자산운용사들의 고민이다. 특정 운용사와 함께 기초지수를 설계한 경우 지수 사업자가 다른 운용사에 해당 지수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다른 운용사에서 유사한 지수를 만드는 것은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완벽하게 동일한 방법론이 아닌 이상 다른 지수 사업자를 통해 유사한 지수를 만드는 데에는 현실적으로 제한이 없는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거래소에서 배타적 사용권이 인정된 사례도 없다"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