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트럼프, 워싱턴DC 경찰권 장악·주방위군 800명 투입…민주 "독재자 행세" 반발

  • 트럼프 "DC 해방의 날…범죄·유혈 사태 등에서 수도 구하는 역사적 행동"

  • 민주당, 시 경찰 연방정부 통제하에 두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 발의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왼쪽 팸 본디 법무장관오른쪽과 함께 워싱턴DC에 연방 법집행 인력을 투입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왼쪽), 팸 본디 법무장관(오른쪽)과 함께 워싱턴DC에 연방 법집행 인력을 투입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숙자 및 범죄자 단속을 위해 수도 워싱턴DC의 경찰권을 연방정부가 직접 통제하고 주방위군과 연방 법집행 인력을 투입하는 강경 치안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로스앤젤레스(LA)에 이어 워싱턴DC에도 병력 투입을 선언하자 이 곳을 주요 지지 기반으로 하고 있는 민주당은 “독재자 행세를 하고 있다”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팸 본디 법무장관, 캐쉬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과 기자회견을 열고 ‘홈 룰 법(Home Rule Act)’을 발동해 경찰권을 인수하고 주방위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동시에 관련 행정명령과 대통령 메모에도 서명했다.
 
해당 법은 대통령이 ‘비상사태 성격의 특별한 조건이 존재한다’고 선언함으로써 30일간 워싱턴 DC의 경찰권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30일이 경과한 뒤 연방 의회가 기간을 연장하지 않으면 워싱턴 DC 경찰권은 DC 당국으로 환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 시 경찰국을 연방정부 직접 통제하에 둘 것”이라며 공공 안전과 법질서 재확립을 위해 주방위군을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초기 배치 규모는 800명이며 필요 시 증원 가능성을 언급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오늘 아침 DC 주방위군을 동원했다”며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수주 안에 주방위군이 워싱턴의 거리로 들어오는 것을 볼 것”이라고 했다. 주방위군 동원은 작전 투입 전 병력을 소집·편성하는 절차를 뜻한다.
 
이같은 조치는 워싱턴DC 내 노숙자 및 범죄자 단속을 위한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설명했다. 그는 이번 조치에 대해 “우리나라의 수도를 범죄와 유혈 사태, 대소동, 더러움에서 구하는 역사적 행동”이라고 자평했다. 아울러 “우리는 공원에서 노숙자들의 야영지를 철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그는 6월 불법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로스앤젤레스(LA)에 민주당 소속 주지사와 시장의 반대에도 주방위군을 투입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FBI, 마약단속국(DEA), 주류·담배·총포단속국(ATF), 공원경찰 등 약 500명의 연방 법집행 인력을 투입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주요 지지 기반 지역인 캘리포니아에 이어 워싱턴DC에도 잇따라 병력을 투입하며 정치적 계산이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미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DC 단속 계획 발표에서 LA, 볼티모어, 오클랜드, 뉴욕, 시카고를 “나쁘다, 매우 나쁘다(bad, very bad)”고 지목했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DC 장악은 미국에서 흔치 않은 강력한 연방 통제 조치로, 민주당이 주도하는 도시들을 표적으로 삼으면서 동시에 대통령 권한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워싱턴DC의 폭력 범죄는 지난해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워싱턴DC 경찰에 따르면 폭력 범죄는 지난해 35% 감소했고 올해 들어 7월까지 추가로 26% 줄었다. 전체 범죄 건수도 7% 하락했다.
 
민주당 소속인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연방정부의 시 경찰 통제를 “불안하고 전례가 없다”고 평가했으며, 그간 시(市)정부의 노력 속에 DC의 범죄율이 30년 사이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이 더 많아지면 “긍정적일 수 있다”며 이번 조치에 협조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야당인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엑스(옛 트위터)에 “도널드 트럼프는 지역 경찰국을 장악할 근거가 없으며 법과 질서 문제에서 신뢰성이 전혀 없다”고 적었다. 엘리너 홈스 노턴 하원의원과 크리스 밸홀런 상원의원(민주·메릴랜드)도 대통령이 시(市)경찰을 연방정부 통제하에 두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밴홀런 의원은 “트럼프의 DC를 향한 원색적이며 권위적인 권력 쟁취는 전국적으로 커지는 위기의 일부”라면서 “그는 민주주의를 벼랑 끝으로 내몰면서 예행연습으로 우리나라의 수도에서 독재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에도 워싱턴DC를 “더럽고 범죄로 가득한 도시”로 비난하며 집권 시 워싱턴 DC가 가진 자치 권한을 회수할 수 있음을 시사했고, 지난 5일에는 강력범죄 상황이 통제되지 않으면 DC를 연방 정부 직할시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날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승인 없이 주방위군과 해병대를 배치한 것이 미국법 위반인지 여부를 두고 연방 재판이 시작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