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관련 의혹으로 사임 압박을 받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11일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면담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탄 CEO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자신의 개인적·직업적 이력과 입장을 설명하고, 미국 정부와 인텔 간 협력 방안을 제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탄 CEO가 국가에 대한 헌신과 인텔 제조 역량의 국가안보적 중요성을 강조해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자 한다고 전했다.
탄 CEO에 대한 의혹은 지난 6일 미 정치권에서 불거졌다. 앞서 톰 코튼(공화·아칸소) 상원의원은 인텔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탄 CEO의 중국 연계 의혹을 제기하고 해명을 요구했다.
말레이시아 출신 중국계 미국인인 탄 CEO는 인텔에 합류하기 전 반도체 설계 기업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를 10년 넘게 이끌었다. 이후 올해 3월 팻 겔싱어 후임으로 인텔 CEO에 취임했다.
하지만 케이던스가 중국 군사 관련 대학에 설계 소프트웨어를 판매한 혐의로 미국 정부에 1억4000만 달러(약 1900억원)의 벌금을 낸 사실이 확인되면서, 탄 CEO의 중국 관련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그가 운영하는 벤처펀드가 수백 개의 중국 기업에 최소 2억달러(약 2800억원)를 투자한 점도 의혹을 키웠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 “인텔 CEO는 심각한 이해충돌 상태에 있으며 즉각 사임해야 한다. 이 문제에 다른 해결책은 없다”고 밝혔다. 이는 그가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조건으로 애플 등 일부 기술기업에 대한 반도체 관세 면제를 발표한 다음 날이었다.
탄 CEO는 같은 날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은 내가 40년 이상 살아온 고향”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40년 넘는 업계 경력 동안 최고 수준의 법적·윤리적 기준을 지켜왔다”며 “정부와 협력해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고 사실관계를 명확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인텔은 최근 경영난 속에 오하이오주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완공을 늦추고 대규모 감원을 단행해 정치권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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