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5% 관세는 죽으라는 소리, 더 못버텨"...車 강소기업의 눈물

  • 부품업계 영업이익율 5~10% 수준...소규모 업체부터 도산 우려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관세율이 0%일 때도 영업이익률이 10%도 안 됐는데 관세율이 25%면 수출하지 말라는 소리죠. 다들 굶어 죽기 직전인 절박한 상황입니다."
 
현대차 북미법인, 기아, 글로벌 GM 등 협력사인 A사에서 수출을 총괄하는 한 임원은 최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5월부터 미국이 자동차 부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3개월 만에 누적 관세비용이 200만 달러를 넘어섰다"면서 "공장 라인을 멈추지 않기 위해 손해를 보면서 수출하고 있는데 (우리도)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국내외 다수 완성차 기업에 다이캐스팅 부품을 공급하는 A사는 북미 수출을 위해 2017년 멕시코에 진출해 현지에 제1·2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연 매출이 1500억원가량 되는 A사는 현행 관세율(25%)이 1년간 지속되면 이 회사는 연간 매출액의 약 7.9%를 관세비용으로 지출해야 한다. A사를 비롯한 부품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10% 수준이다. 부품업계에서 '살인적인 관세율'이라는 원성이 나오는 이유다.  
 
그는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를 믿고 8년 전 무리하게 투자해 멕시코 공장을 준공했는데 투자비 회수는커녕 25% 관세라는 된서리를 맞았다"면서 "현재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 60~70%가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고율 관세가 지속된다면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하는 게 의미가 없다. 당장 문 닫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A사는 완성차 업체에 따라 1차 협력사이기도, 2·3차 협력사이기도 하다. 그는 "그나마 우리는 멕시코에 공장도 있고 중견기업이라 버틸 만하지만 영세한 부품사들은 관세 때문에 벌써 도산한 곳도 많다"면서 "관세가 무서운 이유는 기존 진출 기업의 수출 통로를 옥죄고 기회를 박탈해 아예 새로운 수출 기업의 탄생을 어렵게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관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완성차 기업이 대응 전략을 세우지 못하는 지금의 환경이 부품사들을 더 어렵게 한다. A사 임원은 "이미 미국 판매가격을 조정한 GM, 포드 등은 최근 1·2·3차 협력사들에 관세비용을 50~70% 정도 보전해주겠다는 공문을 보내와 협상 중"이라며 "이들 기업에 수출한 물량은 관세 보전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아직 가격 인상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현대차그룹은 관세 환급에 대한 얘기가 일절 없는데,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부품업체) 대응을 더 어렵게 한다"고 토로했다.
 
생존이 위태로운 시기에 현지 생산망 구축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그는 "완성차 업체를 따라 미국에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부품업체는 원천기술이 뛰어나거나 자금 여력이 풍부한 선택받은 극소수"라며 "당장 굶어 죽게 생겼는데 현지 생산망을 구축해 공동 대응하라는 얘기는 '뜬 구름 잡는 얘기'"라고 일갈했다. 실제 자동차부품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국내 부품사 1438여 곳 가운데 대기업은 299곳이며 전체 중 약 80%는 중소·중견기업이다.  
 
자동차부품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부품업체가 미국 현지 공장 설립, 제3국 우회생산 등 구조적 대응을 하기에는 초기 투자비용과 인력 확보 등 제약으로 인해 현실화되기 쉽지 않다"면서 "정부가 조속히 관세 협상을 함과 동시에 해외 진출 의사가 있는 기업에 대해 자금·인력·정보 등과 관련된 통합 지원을 펼치고 환율 대응, 투자 보조금 지원 등 실효성 있는 금융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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