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전략적 투자자(SI)로 직접 기업 경영에 나섰던 원 회장은 최근 재무적 투자자(FI) 역할에 집중한다. 보폭도 작년 말 이후 넓히는 중이다. 비트맥스, 디모아 등 여러 기업을 상대로 메자닌 투자 등을 추진 중이다. 이런 행보를 지켜보는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원 회장과 초록뱀그룹이 빗썸 주가조작 당시 메자닌 투자 금지, 목적사업 중심의 영업활동을 내세우며 직접 투자를 자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해 11월 관련 정관 조항을 삭제한 뒤 투자 행보를 재개한 데 대해 경계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션인더블유는 비상장사 아름드리코퍼레이션, 라르고스브릭투자조합, 스마트프라임밸류투자조합, 유에스씨(USC) 등 다수의 법인을 설립해 투자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 법인은 전환사채(CB) 투자뿐 아니라 유상증자 참여, 담보 설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상장사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예컨대 오션인더블유는 쌍방울그룹 계열사 디모아가 추진 중인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디모아는 총 199억9999만원 규모(494만1846주)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며, 오션인더블유는 136만9683주를 인수할 계획이다. 납입 예정일은 7월 29일이다.
담보계약을 통한 자금 조달도 진행했다. 오션인더블유는 코스닥 상장사 이니텍의 최대주주인 에스제이제일차홀딩스와 213억원 규모의 질권 설정 계약을 체결했다. 담보로는 이니텍 보통주 403만6771주가 제공됐고, 연 이자율은 6%다.
FI로 변신한 원 회장은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오션인더블유 등의 지배구조를 보면 아들인 원성준씨가 전면에 나선 모양새다. 현재 오션인더블유의 최대주주는 원성준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아름드리코퍼레이션이며, 원영식씨는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다.
원 회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이유로는 과거 초록뱀그룹이 내놓은 경영 쇄신 방안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초록뱀그룹은 상장사에 대한 지분 및 사채 취득 중단을 선언하며 △최대주주 원영식 회장의 퇴임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선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투자 금지 △정관상 목적 사업 중심의 영업활동 전개 등의 방안을 포함했다.
그러나 2023년 말 원영식 전 회장이 보석으로 석방되고, 이듬해인 2024년 11월 오션인더블유가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정관 제55조를 삭제하면서 투자 행보에도 변화가 생겼다. 해당 조항은 '단순 투자를 목적으로 상장회사 전환사채(CB) 등을 취득할 경우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삭제 이후 메자닌 투자가 자유로워졌다는 평가다.
오션인더블유 측은 정관 조항 삭제의 배경으로 지난해 11월 초록뱀미디어 구주 39.33%(961만6975주)를 큐씨피미디어홀딩스에 1800억원에 매각한 사실을 들었다. 오션인더블유 관계자는 "정관 변경 시점과 초록뱀미디어 매각 시점이 일치한다"며 "해당 조항은 초록뱀미디어 관련 사안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고, (초록뱀미디어) 매각으로 해당 사유가 해소돼 더 이상 투자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