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우호경제포럼] 한중 산업사슬, 4차산업서 新기회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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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곽예지.최예지 기자
입력 2021-09-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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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 산업사슬 현주소와 미래' 포럼 개최

  • 中 내수중심 성장모델···'GVC'에서 'CVC'로 재편

  • 4차산업 혁명 가속화···한·중 산업 협력에 위기이자 기회

  • RCEP·한중일 FTA 적극 활용···역내 협력 강화해야

  • 한·중 가치사슬 융합 속 新금융 협력 중요성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왕루루 화신연구원 국제경제연구소 박사, 최필수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부교수, 하영영 중국건설은행 부지점장, 자오진핑 중국발전연구 싱크탱크 수석 경제학자, 이문형 숭실대 글로벌 통상학과 교수, 리광후이 중국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부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

코로나19, 미·중 갈등, 보호주의 대두, 4차 산업혁명 가속화 등 글로벌 환경 변화 속 세계 산업 구도도 재편되고 있다. 과거 '세계의 공장'인 중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에 의존해왔던 우리나라 기업들은 도전에 맞닥뜨렸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해 이를 중국 현지에서 가공해 완제품으로 만든 후 전 세계 각지로 수출했다. 하지만 최근 우리가 우위를 보였던 디스플레이, 휴대폰, 자동차 등 방면에서 중국 국산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대중 수출이 감소하는 등 이 같은 한·중간 분업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

이러한 가운데 31일 아주뉴스코퍼레이션(아주일보)과 주한중국상공회의소는 ‘한·중 산업사슬 현주소와 미래’를 주제로 한·중우호경제포럼을 화상 방식으로 열고 오늘날 글로벌 환경 변화에 따른 한중 산업·공급·가치사슬 변화 흐름을 짚어보고 향후 새로운 협력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 측에선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승찬 용인대 교수, 이문형 숭실대 교수, 최필수 세종대 부교수가, 중국 측에선 왕루루 화신연구원 국제경제연구소 박사, 리광후이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부원장, 하영영 건설은행 서울 부지점장, 자오진핑 중국발전연구 싱크탱크 수석 경제학자가 참여했다.
 
中 내수중심 성장모델···'GVC'에서 'CVC'로 재편

그간 세계 경제는 글로벌 가치사슬(GVC)에 의존해 발전해왔다. 가치사슬은 연구개발부터, 제조, 마케팅, 유지보수까지 기업의 모든 경영활동을 일컫는 말이다. 글로벌 가치사슬이란 이러한 기업의 가치사슬 활동이  여러 각국에 분할 배치되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서 GVC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으며, 한국 경제도 GVC에서 중국과 상호작용하면서 발전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 중국 경제의 성장 모델 전환 △미·중 분쟁 심화 △4차 산업혁명 가속화 등으로 GVC가 재편되면서 중국의 역할이 변하기 시작했고, 이는 기존의 한·중간 산업 협력 관계에도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문형 교수는 "최근 중국의 성장 전략이 내수 중심으로 가속화하면서 그동안 중국 수출주도형 전략에 편승했던 한국 기업들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며 "특히 중국에서 중간재에 대한 국산화가 삐르게 진행되면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디스플레이, 휴대폰, 자동차)이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아예 GVC가 차이나가치사슬, 즉 CVC로 재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국산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원료 공급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중국이 맡아서 하는 CVC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로 인해  세계 주요 수출 시장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의 대중 수출과 수입 품목의 유사성이 매우 심해지면서 중국과 한국은 이제 산업사슬 내에서  협력이 아닌 경쟁하는 구조로 변화했다고도 진단했다. 
 
4차산업 혁명 가속화···한·중 산업 협력에 위기이자 기회

이러한 가운데 4차 산업혁명 가속화는 한·중간 산업 협력에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됐다.

조철 위원은 "중국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핵심 기술분야 방면에서 앞서나가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원천기술 개발이 아닌, 기술 응용 차원에서 본다면 중국이 미국 등 선진국보다 오히려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문형 교수는 "특히 4차 산업혁명이 진척되는 과정에서 한·중간 기존의 산업협력 분야(부품·소재 등)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스마트 팩토리 등이 새로운 생산시스템으로 등장하면서 글로벌 공급망과 한·중간 기존의 산업 협력 품목에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존의 반도체, 석유화학 등 한·중간 전통적 산업협력 분야는 크게 위축되고 있는 반면, 새로운 협력 분야는 아직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기회로 삼아 한·중간 새로운 분업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필수 부교수는 한·중간 새로운 방식으로 협력 관계를 맺는 '리커플링(Recoupling, 재동조화)'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산업 경쟁력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걸맞은 새로운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최 부교수는 앞으로 한·중간 리커플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중간 다층적 협력 체계 구축 △한국 벤처기업의 커촹반(科創板) 상장 추진 지원 △6세대 이동통신(6G) 등 통신 네트워크 표준 마련 △한국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과 중국 설계(팹리스) 협력 강화 △디지털 거버넌스 구축 등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철 위원은 4차 산업혁명 등에서 중국이 장점이 많으니 적극 활용할 것도 당부했다. 특히 중국의 신형 인프라 정책과 우리나라 디지털 뉴딜 정책을 연계 활용해 쌍방이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확대하거나 양국이 공동으로 4차 산업혁명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할 것을 제안했다.  이밖에 4차 산업혁명 방면서 한·중 양국이 공동으로 각종 기술 표준을 마련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문형 교수도 한·중 양국이 전통 산업에서 협력할 여지는 이제 없다며 4차 산업에서 새로운 협력 분야를 발굴해 한·중간 GVC를 다시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4차산업 방면에서 양국간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분야가 많아 협력 여지가 많다며 정부, 학계, 공공기관이 나서서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마트공장, 지능형로봇, 인공지능, 헬스케어 등을 예로 들면서 양국이 함께 협력 대상을 발굴하고 시범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승찬 교수도 한·중 산업사슬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향후 양국의 협력 방향도 전환해야 한다며 △중앙보다는 지방과 지방의 산업사슬 중시 △미래 산업에서 한·중 주도로 산업 기술 표준 제정 △양국 수출 시장 품목과 관련 양국의 관계를 화학적 융합 방향으로 전환 △미래 산업에 대한 양국의 혁신 자본 결합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한·중 양국 협력의 틀을 깨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미래 한·중 협력은 기술 자원과 데이터가 집중되고, 공동 자금을 기반으로 다양한 주체들이 혁신을 구상, 창출 및 확산하는 플랫폼 협력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GVC 재편으로 한·중 양국의 생산기지가 동남아 등으로 이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에 참가해 제3국에 공동 진출해 협력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고 조철 위원은 말했다. 또 최근 미세먼지, 탄소중립 등 환경분야 중요성도 커진 만큼 이 방면에서도 양국이 협력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고 봤다. 

이문형 교수는 현재 한·중 양국간 국민 감정은 수교 이래 가장 좋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상호가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중 기업간 지분 제휴와 같은 화학적 결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RCEP·한중일 FTA 적극 활용···역내 협력 강화해야

중국 전문가들은 보호무역주의 대두, 코로나19 속에서도 동아시아 국가간 교역은 양호한 성장세를 보였다며 역내 산업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리광후이 부원장은 "글로벌 공급사슬이 변화하는 가운데, 동아시아 공급사슬은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크게 성장했다"며 "동아시아 공급사슬이 유럽, 북미 공급사슬을 합친 것보다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아시아 공급사슬에서도 한·중 양국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두 나라의 공급사슬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초 최종 타결 및 서명이 이뤄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적극 활용해 한·중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오진핑 수석 경제학자는 RCEP를 조속한 시일 내 발효시키고 한·중·일 자유무역협정 협상에 박차를 가하는 등 역내 경제 단일화 제도 건설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중·일이 글로벌 거버넌스, 경제무역 규칙 개혁에 적극 동참해 경제 문제의 정치화, 보호주의 대두를 막고 동아시아 각국간 무역 투자 자유화, 정책 소통 조율 강화, 다자주의 체제 견지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을 강조했다.

왕루루 박사도 RCEP 체결로 무역장벽이 크게 낮아진 데다가 원산지 기준도 통합돼 양국 산업 협력을 강화하는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산지 증명 절차를 개선하는 편리화 규정이 마련되면서 중간재 수출입에 있어서의 혜택이 커졌다는 것이다.

또 무역 규칙이 통일된 점도 한·중 협력의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주는 기회로 꼽혔다. 왕 박사는 “RCEP가 체결되면서 무역 규칙의 통일성이 확보된 점은 제3국 시장에서 한·중 협력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것”이라며 “양국간 산업사슬을 완성하는 데 있어서도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왕 박사는 RCEP 체제 하에 양국이 신형 인프라 건설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형 인프라 건설을 통해 상호 간 상품과 서비스 무역의 증가를 이끌어내고 지역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중 가치사슬 융합 속 新금융 협력 중요성도

하영영(何穎穎) 중국 건설은행 서울 부지점장은 RCEP 체결, 경제 고속 회복세 등으로 한·중 가치사슬 융합이 촉진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양국이 디지털 인프라 건설, 지속가능한 발전 관련 산업, 서비스 무역 등 방면에서 융합 발전을 모색할 수 있으며, 여기서 신금융이 중요한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금융업은 디지털기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플랫폼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글로벌 산업사슬에 긴밀하게 통합될 뿐만 아니라 원격으로 각종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예를 들면 국제 무역 방면에서 기존엔 국경간 결제, 무역융자 등 단순 역할만 담당했다면 이제는 한층 더 나아가 블록체인 포페이팅 솔루션을 사용해 과거 며칠씩 걸리던 무역 신용장 업무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게 된 게 대표적인 예다.

특히 세계 2대 은행으로서 건설은행은 한국 현지에 더 융합되고 문화교류를 활성화해 한·중 양국의 유대관계를 공고히하고 융합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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