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식 '빅테크 반독점법' 윤곽 드러내...실익 없는 '트럼프식 제재'는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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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6-1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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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민주당, 총 5개 반독점 법안 준비...페이스북·구글·아마존·애플 겨냥

  • 1개는 상원서 발의, 나머진 이르면 금주 출격...기술기업 타격 불가피

미국 민주당과 조 바이든 행정부가 페이스북·애플·구글·아마존 등 대형 플랫폼 기술기업을 향해 확실히 칼을 빼들었다. 16개월의 시간을 들여 이들 기업의 독점 관행 의혹을 조사해왔던 민주당은 관련 법안의 초안 작성을 거의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현지시간) 악시오스와 로이터, CNBC 등 외신은 "미국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들이 대형 기술기업을 겨냥한 5개의 반독점법(Antitrust Bills) 초안을 작성 중"이라면서 "이르면 며칠 안에 법안을 발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의회 소식통을 통해 5개 법안의 초안을 확인한 상태다. 일부 소식통은 해당 법안들을 이번 주(7~13일) 안에 발의한다는 목표를 세우곤 있지만, 법안 일부가 수정되면서 일정이 다소 지연될 수 있다고 전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AFP·연합뉴스]


각각의 법안은 △인수·합병 수수료 인상법(Merger Filing Fee Modernization Act) △이해관계 상충 플랫폼 소유 방지법(Ending Platform Monopolies Act) △플랫폼 인수·합병 규제 강화법(Platform Competition and Opportunity Act) △플랫폼 반독점법(Platform Anti-Monopoly Act) △상호 운용성 강화법(ACCESS Act·Augmenting Compatibility and Competition by Enabling Service Switching Act)으로 구성됐다.

이 중 인수·합병 수수료 인상법은 전날 상원에서 초당파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미국의 혁신과 경쟁법(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에 포함돼 이미 발의한 상태다.

해당 법안은 플랫폼 기업이 타 기업을 인수할 때 기업 감시 당국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관할 부서인 미국 법무부 반독점과에 납부하는 기업 인수 수수료를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늘어난 수수료는 이들 기관이 각 기업에 대한 조사와 평가에 소요하는 비용을 충당한다.

나머지 4개의 법안은 향후 하원에서 소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할 예정이며, 각 법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해관계 상충 플랫폼 소유 방지법은 미국에서 매월 최소 50만명의 활성 이용자가 있거나 시가총액이 6000억 달러를 넘는 플랫폼 기업이 자사의 서비스 이용을 강제하거나 장려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이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운영체제(OS)에서 자체 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상점을 보유한 애플과 구글을 겨냥하고 있다.

△플랫폼 인수·합병 규제 강화법은 플랫폼 기업이 인수하려는 대상 플랫폼과 자사의 경쟁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인수·합병 거래를 제한한다. 이는 과거 페이스북이 잠재적 경쟁자였던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등을 경쟁 초기 웃돈을 주며 인수해 시장에서 사실상 독과점 상태를 유지했던 상황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다.

△플랫폼 반독점법은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플랫폼이 자사 서비스에서 자체 상품과 서비스를 경쟁 업체보다 유리하게 제공하는 차별적 관행을 금지한다. 즉 플랫폼과 플랫폼 내 상품·서비스 판매자를 분리하는 방안이다.

이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입점 소매자의 제품을 본떠 자체 상품(PB)을 제작해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거나 기존 상품 판매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상호 운용성 강화법은 지배적 위치의 플랫폼 기업이 개인정보와 이용 내역 등의 데이터를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고 플랫폼 간 정보 이동을 위해 데이터 표준을 준수하도록 요구한다.

이에 따라 향후 소비자나 경쟁사가 개인정보와 사용 내역 등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경우 플랫폼 간 정보 전송이 가능해진다. 이는 과거 구글 등이 검색 엔진을 기반으로 개인정보와 인터넷 이용 내역 등을 수집하고 이를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활용했던 관행을 겨냥하고 있다.

특히 이해관계 상충 플랫폼 소유 방지법과 플랫폼 인수·합병 규제 강화법의 경우, 향후 기업들이 이를 위반할 경우 미국 내 연간 매출의 30%에 달하는 천문학적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규정한다.
 

지난해 10월 6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반독점소위원회가 발행한 '디지털 시장 경쟁에 관한 조사 보고서. [자료=미국 하원]


이들 법안에 담긴 내용은 지난 2019년 6월부터 페이스북·애플·구글·아마존 등을 중심으로 대형 플랫폼 기술기업의 반독점 혐의를 조사해왔던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소속 '시실리니 반독점 소위원회'의 보고 내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소위는 16개월에 걸쳐 130만장이 넘는 관련 문서를 검토하고 지난해 7월에는 이들 4개사의 수장을 의회에 불러 청문회를 진행했으며, 같은 해 10월 449쪽 분량의 '디지털 시장 경쟁에 관한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당시 보고서는 '독점(monopoly)'이라는 단어를 120번이나 사용하면서 "이들의 행태를 보면 자신이 법 위에 있다고 여기거나 법 위반을 단순한 비용으로 치부한다는 의문이 든다"고 결론 내린 뒤 애플·아마존·구글·페이스북 등 4개사를 '독점 기업'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소위는 이들 기업의 시장 독점 관행을 막기 위해 시장 단속 전담기관을 신설하고 최악의 경우 '업체 분할(divesture)'을 강제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법안 통과까지는 야당인 공화당의 반대와 이들 기업의 로비(청탁)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에 실제 법안 초안이 원안 그대로 발효될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일반 여론은 플랫폼 기업들의 강력한 시장 지배력에 반감이 커진 상황이라 소위의 반독점 겨냥 행보를 대체로 지지하는 분위기다.

향후 해당 법안이 모두 통과될 경우, 소위의 조사 과정에서 '강제 분할' 가능성까지 점쳐지며 정조준됐던 페이스북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과 구글의 경우 그간 매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해왔던 자체 상품 판매와 디지털 광고 시장 지배력을 각각 수정해야 하기에 핵심 사업 전략을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애플은 자사 생태계의 중심에 있는 앱스토어의 운영 전략을 대폭 수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서명했던 '미국 내 틱톡·위챗 사용금지 행정명령'은 최종적으로 철회됐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국과의 전면 대립을 선언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가 보안을 이유로 해당 플랫폼의 미국 인수 또는 전면 사용 중지를 명령했다.

하지만 해당 지시는 구체적 실익도 없이 미국 행정부 플랫폼 산업과 기업 생태계에 지나치게 개입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틱톡의 향방을 두고 중국 바이트댄스와 미국 오라클·월마트는 매각 합의에 도달했지만, 미·중 양국의 각종 규제에 치여 최종 거래를 미루고 있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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