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테크의 핵심 데이터센터…이제 육지에서 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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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0-11-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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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온라인 사용, 5G 보급 증가로 IT인프라 수요 증가

  • 미국 MS는 해저, 싱가포르 케펠은 해상 데이터센터 구상

  • 데이터센터 운영 에너지 절감·지리적 제약 등 해소 가능

  • 구글·SK브로드밴드 '친환경' 지상 데이터센터 투자 움직임

데이터센터가 포스트코로나 시대 기업의 핵심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디지털 기술과 온라인 서비스 사용량이 급증했다. 속도가 더 빠른 5세대(5G) 이동통신 보급은 이를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를 뒷받침할 IT인프라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네이버와 NHN, 카카오 등 인터넷 사업자와 KT, SK브로드밴드 등 통신사업자, 클라우드서비스를 제공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모두 최근 국내 데이터센터 확충에 나섰거나 관련 계획을 내놓으며 대비에 나섰다.

해외에선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한 발 더 나아가고 있다. 지상이 아닌 바다에서 가동되는 데이터센터 기술이 실증되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바다에 두는 기술이 상용화되면 운영 기업·기관들은 소비전력을 절감하고, 건축용지 부족이나 수요처와의 물리적 거리 등 지리적 제약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6년간 진행해 온 해저 데이터센터 실증 작업을 최근 마무리했으며, 싱가포르 국영 기업과 미국·호주 기업들이 해상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연구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해저 데이터센터 실증 연구 '프로젝트 나틱'에 제작·활용한 밀폐형 데이터센터.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제공]

 
미국 MS, 해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나틱' 실증…엣지 클라우드 제공 구상

MS는 2014년 사내 행사에서 나온 '해저 데이터센터' 개념을 발전시켜 이미 실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앞서 2015년 8월부터 3개월간 미국 태평양 연안의 1㎞ 거리의 수심 9m 해저에 질소를 충전한 원통형 강철 용기로 만든 데이터센터의 가동 실험을 진행했다. 이어 2018년 6월부터 2년간 유럽 스코틀랜드 연안 수심 36m 해저에 864대의 서버와 28페타바이트 용량을 제공하는 스토리지를 넣고 밀봉한 컨테이너로 제작된 데이터센터를 운영했다.

이 두 번째 실험의 서버 등 장비를 점검한 결과 고장률이 지상의 데이터센터 대비 8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 9월 MS는 '프로젝트 나틱(Project Natick)'이라 명명한 이 실험의 성과를 소개하며 자사의 지상 데이터센터에 적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MS는 향후 이 기술로 MS의 글로벌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의 엣지 컴퓨팅 데이터센터를 해저에 구축해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벤 커틀러 MS 스페셜프로젝트 연구그룹 프로젝트 매니저는 프로젝트 나틱을 마무리하면서 "수중 데이터센터의 안정성이 입증됐다"며 "세계 어디서든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려는 고객을 지원하기 위한 MS 애저 팀과 논의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윌리엄 차펠 MS 애저 미션시스템 담당 부사장은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지 않을만큼 충분히 안정적인 데이터센터를 만들 방법을 배우는 것이 우리의 꿈"이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케펠, '해상 데이터센터' 구축 실험…용지 부족 문제 해소 기대

바닷속이 아닌 바다 위 데이터센터 연구와 실증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국영기업 '케펠코퍼레이션'을 통해 타국 민간기업과 손잡고 해상 데이터센터 구축 방법을 실험 중이다. 이는 지난 2017년 9월 해상 데이터센터 기술 스타트업 미국 스타트업 '노틸러스데이터테크놀로지스'에 1000만달러를 투자한 이후의 행보다.

케펠은 액화천연가스(LNG)로 운영되는 '떠다니는 데이터센터 공원(FDCP·Floating Data Center Park)'을 연구 중이다. 이를 위해 작년 중반 일본 우정그룹 자회사인 호주 물류기업 '톨홀딩스'와 협약을 맺고, 올해 4월부터 공동 연구에 들어갔다.

케펠은 해상 석유굴착설비인 '리그' 건설 업계 최대 기업으로 해상의 대형 구조물 건축에 노하우를 갖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 동부지역 '로양(Loyang)'에서 리그와 유사한 기반 설비 위에 해상 데이터센터를 짓는 방법을 검증하고 있다. 일본 경제지 닛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해상 유전 등을 담당하는 톨홀딩스의 물류 거점이 이 해상 데이터센터 실험에 활용된다.

바다에선 서버의 열을 식히기 위한 전력이나 냉각수 확보 부담이 적다. 그래서 바다로 보낸 데이터센터는 지상에서만큼 전기를 많이 쓰지 않는다. 전체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한 에너지가 그만큼 절감된다. 케펠이 3년 전 투자한 미국 스타트업 노틸러스데이터테크놀로지는 해상 데이터센터의 에너지소비가 지상 대비 30% 절감된다고 주장한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에너지절감·친환경'과 '물리적 제약 극복'…바다로 간 데이터센터의 이점

MS 프로젝트 나틱 팀이 2년간 시범 운영한 해저 데이터센터는 수백대 서버와 데이터 저장장치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태양력, 풍력, 조력 발전으로 확보했다. 노던아일 데이터센터가 가동된 스코틀랜드 연안 오크니제도는 유럽 해양에너지센터에서 개발 중인 친환경에너지 기술 기반 전력망을 활용했다.

케펠의 해상 데이터센터는 해상에 친환경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전력을 공급받는다. 케펠은 올해 6월 미쓰비시중공업과 수소연료 발전설비 개발 분야에 협업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지난달 오사카가스가 출자한 기업과 LNG 또는 수소 발전설비 정비 분야에 협업한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를 바다에 둘 때 지상만큼 물리적인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이점도 있다. IT인프라 자원을 해안에 인접한 그 소비처에 물리적으로 가깝게 둘 수 있고, 지상의 건축용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

MS에 따르면 세계 인구 과반이 해안 지역 193㎞ 이내에 거주하고 있다. MS는 해안 도시 인근에 해저 데이터센터를 두면 데이터의 이동거리가 짧아져, 수많은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더 빠른 속도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봤다.

싱가포르 정부가 케펠을 통해 해상 데이터센터 기술에 투자하는 이유는 더 단순하다. 케펠의 해상 데이터센터 연구 성과는 제한된 국토와 이에 따른 용지부족 문제의 해답이 될 수 있다.

싱가포르에는 페이스북, 구글, MS 등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 거점 데이터센터가 많다. 현지에 해외 기업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기에 적합한 통신·전력 인프라와 법·제도가 갖춰져 있고, 위치상 자연재해가 적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해외 기업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기에는 서울 면적보다 약간 큰 싱가포르의 국토가 넉넉치 않다.
 
"바다엔 못 가도"…구글·SKB 등 국내외 친환경 데이터센터 움직임 가속화

데이터센터를 바다 위에 띄우는 아이디어 자체는 꽤 오래 전부터 있었다. 미국의 구글은 지난 2009년 해상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특허를 취득했다. 구글의 데이터센터 특허는 육지로부터 3~7마일(약 5~11㎞) 떨어진 수심 50~70m 지점에 데이터센터, 바닷물을 사용한 냉각장치, 해양 발전설비를 함께 갖춘 시스템을 제안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문매체 '데이터센터널리지'는 지난 2009년 4월 보도를 통해 구글이 이 특허를 취득하기에 앞서 지난 2007년 10월에도 이동식 데이터센터를 선박 컨테이너에 집어넣는 방법과 관련된 특허를 취득했다고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구글이 이 특허를 출원한 시점은 지난 2003년 12월인데, 그로부터 2년이 채 안 된 2005년 가을께 구글은 최초의 컨테이너형 데이터센터를 배치했다.

하지만 구글은 이후 보유 중인 특허를 실현하지 않고 있다. 특허에 묘사된 것뿐아니라 어떤 형태로도 해상 데이터센터 기술을 활용한 사례를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지상의 친환경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일례로 작년 5월 핀란드 하미나 지역의 데이터센터를 확장하기 기존 투자한 8억유로에 더해 6억유로를 더 쓰기로 했다. 이 데이터센터는 핀란드 연안 바닷물을 냉각수로 사용한다.

국내서도 신재생에너지 활용에 초점을 맞춘 친환경 데이터센터 분야에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SK브로드밴드는 SK그룹 에너지 계열사들과 협력해 새만금 간척지에 태양광발전을 활용하는 '그린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SK브로드밴드와 SK E&S가 각각 50% 지분으로 참여한 SK컨소시엄은 지난 9월 새만금청에 제안한 '산업투자형 발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사업 계획에 따르면 산단5공구 3만3000㎡ 용지에 2029년까지 2조원 가량의 투자로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인프라와 데이터센터 16개동이 구축되고, 필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쓰는 RE100을 실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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