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된 출혈경쟁… 자동차보험료 인상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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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9-05-21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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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보사들 작년까지 인하경쟁 지속

  • 정비수가·표준약관 개정 대응 부족

  • 손해율 압박···올해 추가인상 예고

지난해 상반기까지도 앞다퉈 자동차 보험료를 인하하던 손보사들이 돌연 올해 상반기 두 차례 보험료를 인상하겠다고 나섰다. 정비수가·표준약관 개정 등 원가 인상과 함께 손보사들의 지나친 가격 인하 경쟁이 보험료 '줄인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보사들이 올해 두 번째 자동차 보험료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주요 손보사들은 지난 1월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평균 3% 가량 인상했으며, 다음달 중 다시 한 번 1.5% 수준으로 보험료를 인상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뿐 아니라 하반기 추가 보험료 인상을 검토하겠다는 손보사가 적지 않다. 이마저도 현실화된다면 1년 동안 자동차 보험료가 세 차례 오르는 전무후무한 일이 발생한다.

손보사는 보험료가 상승할 만한 '역대급 이유'가 겹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6월 자동차 정비수가 인상과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이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압박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행 자동차 정비요금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조사·연구해 공표하도록 돼 있다. 이는 정비업체와 손보사 사이에 정비수가에 대한 다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다만 조사·연구 시점이 명문화 돼 있지 않아 2010년에 공표된 요금표를 지난해까지 사용해왔다. 최근 8년 동안의 물가와 인건비 상승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요금표대로 정비업체에 수리비를 지급한 결과 손보사는 오히려 보험료 인하를 단행할 정도로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국토부가 새로운 적정정비요금을 공표하면서 이 같은 상황이 막을 내렸다. 보험업계에서는 정비요금 현실화에 따른 보험료 인상 요인을 약 2.9%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하나금융투자]

올해 표준약관이 개정돼 원가 상승요인이 또 늘었다. 대법원은 지난 2월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올려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를 반영한 표준 약관도 이달부터 시행됐다.

자동차 사고가 발생하면 손보사는 피해자에게 휴업손해와 상실수익을 보장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얻을 수 있는 수입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만약 피해자의 일할 수 있는 나이가 60세에서 65세로 늘어나면 그만큼 휴업손해와 상실수익 보장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휴업손해와 상실수익 규모는 정년 연장 이외의 원인으로도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이 치솟고 있는 탓이다. 특히 올해 일용임금은 월 기준 246만8087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0.5% 늘었다.

4월부터는 중고차 시세 하락 보상금 지급 범위도 늘었다. 종전까지는 출고된 지 2년 이하인 차량만 사고 시 시세하락을 보상해줬지만, 앞으로는 출고된 지 5년까지도 보장을 해줘야 한다. 손보사에서는 이로 인한 추가 비용이 매년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자동차보험료 원가 인상 요인이 줄줄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손보사들이 원가 인상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오히려 정비수가 인상이 확정되기 직전까지 자동차 보험료 인하로 '제살깎기'식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사진=각 손보사, 신한금융투자]

실제 2016년 연말 삼성화재를 시작으로 주요 손보사들은 1년 6개월 동안 자동차 보험료 인하 경쟁을 벌였다. 사고가 많지 않은 우량 고객을 확보하겠다며 가격 경쟁을 벌인 결과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는 4차례, 현대해상과 DB손보도 2차례 자동차 보험료를 인하했다.

국토부가 2015년부터 새로운 적정정비요금표 작성 작업을 시작했음을 고려하면 자동차보험 원가 상승이 충분히 예측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가격 인하 경쟁을 진행한 것이다.

이 시기 보험료 인하는 지난해 자동차보험료 손해율 악화로 되돌아왔다. 2017년 80.2%로 양호했던 대형 손보사 5곳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말 85.9%로 5.7%포인트 악화됐다.

아울러 당시 보험료를 인하하지 않았다면 올해 갑작스레 보험료를 두 차례 인상할 필요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지나친 경쟁을 지속한 결과 금융당국과 소비자의 저항을 불러올 연속 보험료 인상을 진행하게 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보사는 사전에 보험료 원가가 인상될 수 있다고 알고 있었지만 바로 코앞만 내다보고 가격을 낮추며 경쟁에 치중했다"며 "줄곧 보험료를 인하하다 돌연 두세 차례 인상하겠다고 선언하니까 소비자도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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