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경고했는데..." 테러 못 막은 스리랑카 정부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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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04-2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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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러 가능성 알고도 사전 대처 미흡

  • 대통령·총리 갈등 속 안보 공백

스리랑카 정부가 4월 초 교회를 노린 연쇄 테러 가능성을 경고 받았지만 이를 막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의 테러 대응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부활절 교회와 특급호텔을 노린 8차례 연쇄 폭탄테러의 사망자는 310명까지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인도 정보당국이 이달 초 스리랑카에서 테러가 준비되고 있다는 징후를 포착해 스리랑카 정부에 이 사실을 귀띔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스리랑카 정부는 경찰에 테러를 벌일 것으로 의심되는 단체로 현지 과격 이슬람조직 NTJ(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를 지목하고 이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테러를 막는 데는 실패했다. 21일 오전 수도 콜롬보 등 교회 3곳과 특급호텔 3곳에서 동시다발 폭탄 공격이 발생했고 내전 종식 후 최악의 사상자가 나왔다.

당장 스리랑카 정부가 적극적인 대처로 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스리랑카 경찰은 연쇄 폭발 몇 시간 만에 용의자 20여 명을 체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스리랑카 경찰이 테러 의심 단체가 어디에서 테러를 모의하고 있었는지 알고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테러를 저지하지 못한 것은 큰 의문으로 남는다고 꼬집었다.

또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과 라닐 위크리메싱게 총리의 정치적 갈등 속에서 총리는 안보 브리핑에서 제외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위크리메싱게 총리는 테러 경고를 알지 못했던 것이다. 정부 불화가 국가의 안보 붕괴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지난해 10월 시리세나 대통령은 총리와 내각을 해산하고 새 총리를 앉히며 헌법 위기를 초래했다가 대법원의 압박에 위크리메싱게 총리를 복귀시키는 등 스리랑카 정부는 내분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스리랑카 정부는 부활절 연쇄 폭탄 테러를 NTJ 소행으로 보고 있다. 또 NTJ가 테러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알카에다나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국제적 테러 단체의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직까지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단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2009년 스리랑카 동부를 거점으로 생겨나 이슬람 근본주의를 설파한 이슬람 과격 단체 NTJ는 지난해 불상을 훼손해 종교적 갈등을 부추기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브루스 호프만 테러 전문가는 WSJ를 통해 한 해 전만 해도 기물 파손을 하던 단체가 다수의 목표물을 겨냥해 정교한 자폭공격을 할 수 있게 된 데는 외부 이슬람 무장단체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시리세나 대통령은 대법원 판사가 이끄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전 경고에도 공격이 저지되지 못한 이유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23일 0시를 기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새벽시간대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페이스북, 왓츠앱, 인스타그램 등 주요 소셜미디어 차단도 이어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폭탄 테러가 발생한 스리랑카 네곰보 소재 성세바스찬성당에서 조사관이 테러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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